[대구세계육상] 평창 유치위 “썰렁한 관중석, 남의 일 같지 않다”

입력 2011-08-31 18:19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쏠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평창 유치위는 1일 10여명의 실무진을 대구 스타디움으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유치위 관계자는 “대구 대회가 흥행,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대회 운영의 모든 과정을 세심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산 교훈인 셈이다. 지난 27일 열린 개회식에는 평창 유치위 관계자 15명이 다녀갔다. 29∼31일은 평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최 오리엔테이션 세미나가 진행된 탓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일부 직원들은 대구로 이동해 대회 운영 상황에 대해 파악에 들어갔다. 동계올림픽은 육상과 마찬가지로 국내 팬들의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빙속, 피겨스케이팅 정도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선수들이 세계적 강호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대회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흥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09년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 출신 오동진 회장을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경기력 향상 프로젝트를 실행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성과는 미미하다. 당초 10종목에서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남자 경보 20㎞의 김현섭(6위)을 빼고는 아직 10위권에 든 한국 선수는 없다. 한국 선수가 우사인 볼트와 100m 결선 무대에서 겨루는 모습은 끝내 연출되지 못했다. 종목 자체도 생소한 데다 한국 선수마저 보이지 않으니 관중은 열광의 대상을 찾지 못했다.

동계 종목 관계자들이 한국 육상의 답보를 보며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세계 대회를 개최하려는 지역의 열망이 유치를 성사시켰지만 대회의 성공은 해당 종목의 경기력 없이는 바라기 어렵다.

평창 유치위는 “기획·운영, 국제협력, 미디어 부문으로 나눠 대구 대회의 운영 상황을 파악한 뒤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여년의 준비기간을 가진 평창 유치위는 대구 스타디움의 텅 빈 관람석에 주목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