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전력질주는 2012년 런던에서” 몸사리는 선수들
입력 2011-08-31 18:22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신기록 가뭄’ 현상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대회 닷새째인 31일까지 세계신기록은커녕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대회 타이 기록(21m24)만 나왔을 뿐이다. 기록 흉작이 계속되자 대회 조직위원회와 선수들을 중심으로 그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2012 런던 올림픽을 위해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올림픽 예행연습’ 성격으로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을 주기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상 등을 염려해 몸을 사리거나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사인 볼트의 최고 라이벌로 꼽히던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은 지난 27일 출전을 포기하며 “런던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28일 1만m 결승에서 기권한 ‘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 역시 “고국으로 돌아가 내년 런던 올림픽 정상 탈환을 위해 힘쓰겠다”며 남자 5000m 출전을 접었다.
탄성이 좋아 기록 제조기로 불려 ‘마법의 양탄자’로 통하는 몬도 트랙을 무용지물로 만든 대구의 날씨 역시 신기록을 막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대회가 펼쳐진 닷새간 대구지역 낮 최고 기온은 평균 30도를 훌쩍 넘었고, 습도도 60∼70%로 매우 높아 선수들로서는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습도가 익숙지 않은 유럽 선수들의 고충이 컸다. 여자 멀리뛰기에서 7위를 기록한 러시아의 다르야 클리시나(20)는 “발목 부상과 함께 높은 습도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매일 섭씨 30도를 넘고 습도도 80% 이상이었던 2007년 오사카 대회 역시 세계기록이 전무했다”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동양의 고온다습한 날씨를 지적했다.
유럽에서 열린 2005년 핀란드 헬싱키 대회에서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여자 창던지기에서, 2009년 독일 베를린 대회에서는 남자 100m·남자 200m·여자 해머던지기에서 세계신기록이 나온 바 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