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위험] “원인 불명 폐손상 발생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 듯”

입력 2011-08-31 21:56

지난 4∼5월 출산 전후 임산부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원인 미상의 폐손상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건당국의 중간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건당국은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제조업체에도 제품 출시를 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04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서울시내 A대학병원에 입원한 원인 미상 폐손상 환자 28명 중 조사에 동의(사망자는 가족 동의)한 18명을 대상으로 환자-대조군 역학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때 폐손상 발생 위험도가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47.3배 높게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 내 미생물 번식과 물때 발생을 막기 위해 가습기 물에 첨가해 사용하는 화학제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제한된 조건에서 수행된 예비 독성 실험 결과 일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공기 흡입을 통해 호흡기(폐)로 침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폐손상 환자들은 평균 3∼4년 동안 해마다 4개월가량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물을 보충할 때마다 살균제를 첨가해 사용했다. 살균제 사용량은 월 평균 1병 정도였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하지만 현 시점에서 살균제와 폐손상 간의 인과 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면서 “앞으로 최소 3개월간 동물 흡입독성 실험 및 위해성 평가 등 추가조사를 진행해야 최종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A대학병원에는 올해 호흡 곤란을 동반한 원인 미상의 중증 폐질환자 17명(소아 1명 포함)이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30대 임산부 4명은 폐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