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씨 구속 수감…영장실질심사 포기
입력 2011-09-01 00:33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31일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면서, 수사 기록 등 서류만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오후 10시쯤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박씨는 “정·관계 로비가 있었나” 등의 질문에 대답 없이 ‘아니다’는 의미인 듯 고개를 약간 흔들었다. 또 “(캐나다로) 도피한 것이 아니라 손자를 보러 갔고, 자진해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수배 당시 공개됐던 사진에 비해 수척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저지를 위해 백방으로 뛰던 지난해 7월 구명 로비자금 명목으로 현금 5억원을 받아간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후에도 10억원을 챙긴 것으로 의심된다.
박씨 구속으로 검찰은 한 고비를 넘겼다. 곧바로 정치권 ‘상륙작전’이 감행될 전망이다. 그간 박씨의 로비 행적 관련 자료를 많이 축적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부터 연루 정치인 소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씨가 퇴출 저지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위 인사 1∼2명에게 뭉칫돈을 건네고, 나머지 인물들에게는 상품권을 주거나 식사 대접, 골프 라운딩 등을 하며 로비 대상 관리 자금으로 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수의 유력 인사를 겨냥해 곧장 치고 들어가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과의 일전을 앞둔 검찰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수사팀 관계자는 “험악한 환경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가 조금이라도 삐끗하거나 균형을 잃은 듯 비치면 정치권으로부터 ‘중수부 폐지론’ 등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