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박원순과 비밀회동 왜?…지난달 서울시장 출마 문제 논의

입력 2011-09-01 11:52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범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최근 비밀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박 상임이사의 서울시장 출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놓고 당내 경선을 요구하는 비주류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동 사실이 알려져, 앞으로 당내 주류 대 비주류 간 갈등이 한층 더 격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1일 “손 대표가 8월 중순쯤 박 상임이사를 만났으며, 야권통합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패배로 끝날 것이란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차기 시장 후보를 한창 물색하던 때다.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문제가 확정된 (지난 24일) 이후 만나 통합 서울시장 후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동에서 박 상임이사가 ‘내가 나가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경선이 부담스럽다’ 등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상임이사는 대표적인 시민사회 원로로 한 전 총리와 함께 야권 통합후보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재판 1심 선고가 보궐선거를 열흘 정도 앞둔 10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어, 당 주류 인사들 사이에서는 “한 전 총리보다 박 상임이사가 낫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와 비주류 좌장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 선출 문제를 놓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손 대표는 회의에서 “야당과 시민사회가 조속히 모여 통합후보추진위를 구성하고 통합후보를 내자”고 밝혔다. 하지만 선(先) 당내후보 선출, 후(後) 야권단일화를 주장하는 정 최고위원은 “통합후보가 아니다. 단일후보다. 4·27 재·보궐선거 때 (강원지사 선거는) 최문순이 단일후보였고, (분당을은) 손학규가 단일후보였다”고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비주류 천정배 최고위원을 지지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