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인어공주가 기가 막혀

입력 2011-08-31 17:47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화작가는 누구일까. 단연 덴마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꼽힐 것이다. 안데르센은 환상의 세계와 인본주의적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동화를 서정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데르센이라는 동화작가는 몰라도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그의 대표작을 모르는 어린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왕자를 사랑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인어공주’는 1837년에 발표됐는데도 아직까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졌고,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됐다. 원작은 인어공주의 슬픈 운명을 그렸지만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이 1989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는 인간이 된 인어공주가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16년쯤 전에 덴마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가이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안데르센을 칭찬했다. 불세출의 동화작가를 배출한 덴마크 방문을 환영하는 것으로 시작해 안데르센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했다. 일행들은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그때 가이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인어공주 동상 얼굴은 원본이 아닙니다. 도둑놈이 얼굴을 잘라 가서 다시 만들어 붙였습니다.” 처음에는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이드는 불행하게도 사실이라고 했다. 인어공주를 사랑하는 많은 어린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대단히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다.

리비아 시민군이 트리폴리 외곽에 진입할 때 작전명인 ‘인어작전’이 눈길을 끌었다. 신문 제목만 봐선 작전명의 내막을 알 수 없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공략전이었을 텐데, 왜 하필이면 인어작전이라고 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트리폴리의 별명이 ‘지중해의 인어’였기 때문이란다.

리비아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외동딸 아이샤의 집에서 ‘황금인어’ 형상의 소파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근 공개된 아이샤의 사진과 황금인어의 얼굴을 비교하면 영락없는 판박이다. 황금인어의 표독스런 표정과 그 소파에 앉아 미소 짓는 시민군 병사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황금인어 소파를 만드는 데 사용된 금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카다피 일가의 초호화판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는 손색이 없다. 인어공주가 황금인어를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기가 막혔을 것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