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땅끝 아이들의 서울 나들이
입력 2011-08-31 20:21
“… 여보세요… 사모님! 저 에스더 외할머니예요….”
“어머∼ 반가워요. 저 지금 에스더랑 아이들이랑 서울에 여행가고 있어요.”
“… 그래서… 저와 에스더 엄마가 에스더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럼요. 당연히 만나볼 수 있지요. 우리 에스더 얼마나 많이 컸다구요. 저희들 숙소 주소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저녁에 꼭 봬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아동·청소년선교회 초청으로 서울 나들이를 간다는 사실을 저희 블로그에서 보고 용기를 내어 에스더의 외할머니와 엄마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키울 형편이 되지 못해 저희에게로 오게 된 사랑스러운 천사 에스더는 얼마나 잘 커주는지 저희 아이들과 모든 가족에게 커다란 기쁨이고 즐거움이요, 관심의 중심이랍니다.
백일잔치도 아이들과 함께 준비해 성대하게 치렀고 여러 사람의 사랑과 관심, 기도가 우리 에스더를 감기 한번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있습니다. 정말 주님의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에스더의 성장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 우리집 아이들의 자랑이랍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에스더를 씻기고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에스더의 할머니 그리고 엄마가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에스더가 너무나 그리운 나머지 말수조차 없어진 에스더 엄마의 얼굴은 저의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그저 서로 끌어안고 그렇게 등을 두드리며 잘 왔다고, 자주 만나자고, 이젠 에스더가 그리울 땐 언제든 오라고, 에스더 엄마가 행복해야 우리 에스더도 행복할 수 있고 에스더가 행복해야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아주 오래 전부터 가족이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아주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 여행에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흘러 평안과 넘치는 기쁨이 가득한 행복한 한때를 보냈습니다. 에스더도, 에스더 엄마도, 에스더 할머니도, 저도, 저희 아이들도 치유의 기름 부으심이 넘쳐 지금 저희 모두는 천국의 삶을 맛보고 있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숙소 문을 두드리며 우리 서희가 들어옵니다. 서희는 아이들과 오늘 롯데월드와 아이스링크에 다녀온 뒤 자랑을 하고 싶어 저의 숙소에 들렀는데 흥분 그자체입니다.
“오메. 사모님 엄청나게 넓은 얼음판이 쫘악 깔렸는디 그야말로 북극에 온줄 알았당께. 사모님도 봐야 알것인디, 끝내줘부러. 나는 내가 김연아언니가 되는줄 알았어….”(요 이야기는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탄 자랑인 모양입니다)
끝도 없이 재잘대는 중에 한 녀석 두 녀석 모여들더니 제 숙소 거실은 아이들로 가득 차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서울자랑에 또 한번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평생 처음 신어보는 스케이트 신발에, 자신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보다 몇 배나 넓을 것 같은 아이스링크, 엉덩방아를 하도 많이 찧어 엉덩이가 멍든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서울 자랑에 둘째 날 밤은 하얗게 지나갔습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요란합니다. 갑자기 초등학교 3학년 영록이가 열이 나고 배가 아프다며 제 옆에 와 누웠는데 머리가 뜨끈합니다. 손 잡고 기도하고 해열제 먹이고, 초대해 주신 선교회 선생님들 염려 속에 해남으로 오는 차를 탔는데 너무나 감사하게 차를 타는 동시에 언제 아팠느냐는 듯 장난치고 웃고 떠들며 처음 와 보는 서울 나들이에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영록이가 고맙기까지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함께해 주셨던 모든 분과의 작별을 뒤로하고 저희의 서울 여행은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엄청난 서울 후유증을 앓을 것 같습니다. 모이기만 하면 선생님들 이야기로, 텔레비전으로만 보았던 넓은 아이스링크랑 놀이기구, 서울시내의 빌딩과 거리, 엄마 아빠처럼 다정한 선교국 여러분의 사랑으로 며칠이고 며칠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행복한 후유증을 앓을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방학이 지나고 우리 아이들 개학이 코앞인데 지금부터는 목소리에 힘주고 밀린 방학과제에 우리 아이들 조금 바빠질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름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우리들의 뜨겁고 짧은 여름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 김혜원 사모는
남편 배요섭 목사(전남 해남 땅끝마을 아름다운교회)만 보고 서울에서 땅끝마을 송호리로 시집왔다가 땅끝 아이들의 ‘대모’가 돼 버렸다. 교회가 운영하는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50여명의 엄마로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