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독서치료’ 전문가 총신대 강은주 교수 “속내를 글로 쓰면 응어리가 풀립니다”

입력 2011-09-15 19:07


어렵고 힘들 때,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을 찾게 마련이다. 흔히 가족이나 친구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족이라도 자신의 속내를 모두 터놓고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나 말로 쉽게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29일 서울 사당3동 총신대학교에서 만난 강은주(46·여) 교수는 이 같은 사람들에게 ‘내면의 글쓰기’를 권했다. 신앙의 실천을 위해서라도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말이 아닌 글로 자신의 내면을 명확히 들여다보며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야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수님께서 수치를 당했지만 우리에게 헌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분 안에 분노와 미움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먼저 자신의 쓴 뿌리를 없애야 가족과 이웃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총신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을 가르치는 강 교수가 독서치료를 배우게 된 것은 처음엔 호기심 때문이었다. 2000년 어린이문학교육학회에서 독서치료 과목을 배우던 그는 심리적 위로도 경험했다.

“독서치료를 통해 전 가족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어요. 공부하느라 앞만 보고 달렸더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어떤 상처를 받고 있었는지 몰랐던 거죠.”

저널치료는 독서치료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독서치료 책을 출판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저널치료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이 치료가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저널치료를 주변 사람들과 해보면서 저도 지병이었던 화병이 없어지는 걸 체험했습니다. 이는 임상실험으로도 증명된 사실인데 저널치료를 통해 암 말기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병원 방문 횟수가 줄었습니다.”

그는 이를 계기로 2006년 미국의 유명 저널치료전문가 캐슬린 아담스가 지은 ‘저널치료’와 ‘저널치료의 실제’를 번역하기도 했다. 독서치료와 저널치료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003년 국내 최초로 한국독서치료학회 설립에 기여했고 학회장과 학술위원까지 역임했다.

“부모는 자신이 양육 받은 대로 가르치게 마련인데, 우리 부모세대가 전쟁, 가난, 구습 등 억압받던 상황에서 자랐잖아요.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상처 받은 분들이 아무래도 많지요. 무서운 건 그게 자녀와 손자에게 그대로 전달돼 가정해체의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강 교수는 따라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치료적 묵상과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정서의 변화 추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두 달 전 글과 현재의 글을 보며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게 독서와 저널치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님이 각기 재혼하셔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대학생을 치료한 적이 있어요. 이 친구가 수치감과 열등의식으로 울면서 치료를 받더라고요. 그러다 자신이 변해야 가정의 불행이 끊어진다는 것을 배운 뒤 원망보단 가족들을 위로하기 시작했어요.”

치료의 효과는 엄청났다고 한다. 할머니 얼굴에 미소가 생겼고, 실업 상태였던 아버지가 교회를 다니면서 일을 시작했다, 또한 배다른 형제들과 말을 트면서 온 가정이 서로 위로하게 됐다. 마음을 고치고 행동이 변하니 가정도 함께 행복해지게 된 것이다.

강 교수는 독서·저널 치료를 하다보면 내담자의 글이 점차 기도문으로 바뀐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각을 쓰는데 결국은 종교와 상관없이 신에게 기원하는 글을 쓰더라고요. 시편에서 다윗이 시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는 개인 독서·저널 치료도 좋지만 교회가 소그룹을 만들어 상담학교를 운영하거나 성경말씀으로 독서치료를 진행하면 개인뿐 아니라 온 가정이 치료되는 기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ey Word : 저널치료·독서치료

◇저널치료=일기(저널)에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씀으로서 심리적 치료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빈노트에 삶을 털어놓기 때문에 어떤 지적도 비판도 없어 내담자의 마음을 여는데 유용하다.

◇독서치료=책을 사용해 토론하고 글을 쓰며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책 이외에도 내담자의 수준에 맞게 시, 그림책, 동영상 등 다양한 소재로 치료가 가능하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