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축구대표팀, 파리 홈리스월드컵서 ‘귀중한 3승’…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어요”
입력 2011-08-31 19:16
“국가대표 축구팀이 못 해낸 걸 우리가 해냈다.”
노숙인 ‘국가대표’ 축구팀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1 홈리스 월드컵’에서 값진 3승을 거두고 귀국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표팀은 지난 21∼28일(한국시간)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해 13경기를 치렀다. 대표팀 8명은 일본, 핀란드, 홍콩을 꺾는 등 3승 10패를 기록해 48개 참가국 중 39위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브라질 대회에서는 1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평균 40세가 넘는 선수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대회 초반 7연패하면서 고전했다. 특히 팔레스타인과의 첫 경기에서 19대 0으로 패한 뒤 팀 분위기가 침체됐다. 대부분 동호인 수준의 축구 실력인 우리 팀이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표팀 주장 이승교(42)씨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많았고 그야말로 집만 없는 ‘준프로급’ 선수들이었다”며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캐나다 정도가 자활 개념으로 참여한 선수들로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을 3대 0으로 이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이씨는 “한참 이 대회를 준비할 때 열린 평가전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0대 3으로 일본한테 지는 걸 지켜봤다”며 “국가대표팀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우리가 거꾸로 (일본에) 돌려준 것 같아 한참을 기뻐 웃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노숙인 자활지원 시설을 이용했던 이씨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같은 선수가 다음 대회에 다시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 대표팀을 이끌었던 조현성(28) 코치는 “팀 구성이 해마다 바뀌다 보니 상대팀 전력을 분석하기 어렵고 우리 팀워크를 다지기도 쉽지 않다”며 “모두 서로 의지하면서 패기 있게 뛰어 의미 있는 승리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최용순 시 자활지원과장은 “대표팀 평균 연령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며 “선수들이 빈곤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