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85 가뿐히 넘으며 여자 장대높이뛰기 신데렐라로
입력 2011-08-31 11:37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 당시 장대가 사라지는 불운을 겪었던 파비아나 무레르(30·브라질)가 신기록 제조기 이신바예바를 꺾고 새로운 ‘미녀새’로 등극했다.
무레르는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과 타이 기록인 4m85를 넘으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무레르는 브라질에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무레르는 이날 4m65를 시작으로 도전을 시작한 이신바예바와 달리 4m55에서 첫 장대를 잡았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인 4m71보다 낮은 4m55의 바를 가볍게 넘은 이후 4m65도 가볍게 성공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4m75로 높이를 올린 이후에도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31·러시아)와 함께 한 번에 바를 넘으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4m45와 4m75를 한 번씩 실패했던 마르티나 슈트루츠(30·독일)가 4m80을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시키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에 비해 무레르는 4m80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해 점차 슈트루츠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무레르는 4m80에 재도전해 바를 넘었고 4m85마저 성공시키며 ‘세계에서 가장 높이 나는 여성’에 올랐다.
남미 챔피언인 무레르는 올 시즌 기록에서는 전체 6위에 해당됐지만 이번 대회 개막전 슈트루츠와 함께 이신바예바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부각됐다. 이신바예바처럼 큰 키(1m72) 때문에 체조를 포기한 무레르는 남미 최강자가 된 후 쏟아지는 광고 제안도 거절하고 운동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4m40의 기록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무레르는 2007년 오사카 대회와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각각 6위와 5위에 오르며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 당시에는 주최측의 관리 부실로 장대가 사라져 20여분 간 장대를 찾기 위해 경기장을 헤매는 불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주최측의 권유로 예비용 장대로 경기에 나선 무레르는 4m65에서 세 차례 모두 실패하며 눈물을 삼켰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