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전직, 지침 없어 혼란 가중… 조무직·육아휴직 경력 인정 안해
입력 2011-08-30 19:57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김모(34·여)씨는 지난 19일 전직(轉職) 심사에 응시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기능직인 조무직렬로 공직에 입문한 김씨는 공익근무요원 관리와 민방위 업무 등 사실상 사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김씨가 사무직에 종사한 경력의 절반만 인정했고, 서류심사에서 불합격시켰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에서 근무 중인 강모씨는 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강씨의 자리가 조무직렬 몫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시교육청은 정원 조정을 위해 2003년부터 사무직렬을 채용하지 않았고, 조무직렬 공무원 중 10% 안팎에게 사무직렬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강씨와 김씨처럼 불투명한 전직 기준에 반발, 행정심판을 청구한 공무원은 지난 29일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7명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년 가까이 근무한 이모씨는 1년간 육아휴직을 한 탓에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경력 산정에서 제외돼 전직에 필요한 근무기간이 1개월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정부가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을 장려했고, 급여 및 승진 경력평정 시에도 100% 인정해주고 있다”며 “유독 전직에 필요한 경력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지난 주 제소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능직 공무원의 사무직 전직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임용령을 개정, 기능직 공무원의 일반직 전환의 길을 열어 놓았으나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 보내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공무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타 시·도에서 기능직 공무원들의 사무직 전환이 본격화되면 이 같은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존 사무직 공무원들이 전직하는 기능직 공무원과 승진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 불만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도 사무직렬 기능직 공무원의 일반직 공무원 전환 기준을 놓고 고민 중이다. 시험을 치러 응시자 중 성적순으로 상위 15% 이내에서 전환한다는 것 외에는 현재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
기능직 공무원들이 사무직으로 전직할 경우 신규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이들이 다시 전직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30일 “인사권은 지자체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전직 기준을 세분화해 내려 보낼 경우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