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행복의원’ 1호 내달초 보길도에 개원… 은퇴 의사 모시기 사업 첫 결실

입력 2011-08-30 21:29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남 완도의 외딴 섬에 소아과 전문병원이 개원된다.

전남도는 9월 5일쯤 완도군 보길도에서 행복의원 전남 1호가 문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행복의원은 전남도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보완하고 의료사각지대인 섬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특수시책이다.

전복 양식장으로 유명한 완도군 보길·노화도에는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2000여명이나 돼 소아과 의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보길·노화도 청년회원들이 소아과 의사를 보내 달라고 도에 계속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도는 행복의원의 문을 열기 위해 대한의사회와 협약을 맺고 의료인력 확보에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낙도나 오지에서 선뜻 노후를 보내려는 의사가 없어 개원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전남 담양 출신으로 주로 미국에서 소아과와 가정의학과 의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은퇴하고 고향에서의 노후를 준비하던 정우남(68)씨와 연결이 됐다. 이후 전남도의 행복의원 개원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씨는 1969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주로 미국에서 의사로 30여년을 활동했다. 그는 5년 전 중국의 대학에서 근무한 게 계기가 돼 은퇴하면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었다.

정씨는 행복의원 1호점으로 지정된 보길도 보건지소에서 인근 노화·소안도 등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을 진료하게 된다.

부인 박성자(61)씨는 전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남편 정씨와 함께 이 섬에서 어린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생각이다. 도는 보길도에 정씨 부부가 머무를 거처와 소정의 생활비, 진료에 쓰일 의료장비와 약품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로써 가끔 와서 잠깐 보고 떠나는 의료봉사가 아니라 소아과 베테랑 전문의가 섬에 둥지를 틀고 섬 주민과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병원에서 진료를 하게 된 것이다.

도는 행복의원 1호점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전국 4000여명인 은퇴의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돼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안=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