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아내·자녀 3명 알제리 도피
입력 2011-08-31 01:11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내와 자식 3명이 알제리로 달아났다. 독재자의 가족은 새벽에 쫓기듯 사막을 달려 옆 나라로 몸을 숨겼다. 카다피는 아직 리비아를 떠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외신들은 카다피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가족의 일부 망명은 그의 42년 독재 종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알제리에 머물까, 제3국으로?=알제리에 입국한 카다피 가족은 그의 아내 사피아와 장남 모하메드, 5남 한니발, 딸 아이샤다. 카다피의 손자 손녀도 함께 국경을 넘었다. 이들은 29일(현지시간) 오전 8시45분 육로로 입국했다고 알제리 외교부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알제리는 리비아 내전 기간 중 카다피 정권에 호의적이었다. 카다피에게 내전에 쓰도록 용병과 무기를 제공했다. 반정부 세력은 그동안 카다피의 도피처로 알제리와 차드를 지목해 왔다.
카다피 가족이 알제리에 계속 머물지는 미지수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NTC는 카다피 일가를 리비아에서 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제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알제리는 경유지일 뿐이고 최종 망명지는 제3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다피의 딸 아이샤는 30일 오전 알제리에서 딸을 낳았다고 알제리 당국 관계자가 AFP통신에 말했다. 남편은 지난달 26일 시민군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샤의 다른 딸은 6월 나토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탈(脫)리비아는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월 결의에서 카다피 가족의 출국을 금지했었다.
◇“카미스 사망했다”=시민군은 카다피의 7남 카미스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트리폴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타르후나에서 교전이 있었는데, 시민군 공격으로 카미스가 타고 있던 차량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카미스는 현장에서 바로 숨지지 않고 타르후나에서 남동쪽으로 20여㎞ 떨어진 바니 왈리드로 옮겨졌지만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카미스를 둘러싼 사망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최근 카다피 아들 3명의 생포설도 허위로 드러나 외신들은 이를 신중히 보도하고 있다. 시민군의 심리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카미스 사망이 사실이라면 카다피 부대는 사기가 크게 꺾인다. 그는 최정예 부대인 카미스 여단을 이끌어 왔다. 행방이 파악되지 않은 카다피 아들은 무타심이다.
◇“카다피 리비아에 있다”=카다피는 아직 리비아를 떠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그가 떠났다는 징후가 없다”고 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리비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와 2남 세이프 알이슬람, 3남 알사디가 바니 왈리드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뉴스는 카다피가 남부 사막지대의 사바로 갔다고 카미스의 경호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니 왈리드와 사바는 카다피 군이 장악한 곳이다.
최후 결전지는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가 될 전망이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은 시르테에 있는 카다피 군에 다음달 3일까지 투항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나토는 카다피가 여전히 군 지휘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시민군에 주문했다.
한편 짐바브웨는 NTC를 인정한 자국 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했다. 짐바브웨는 최근 카다피 망명설이 제기된 곳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