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⑫ 김정태 하나은행장] “금융위기 두번 넘은 노하우로 글로벌 비전 이룰 것”

입력 2011-08-30 19:12


이달 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찾아온 글로벌 주가폭락 사태에서 많은 사람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재판을 걱정했다. 특히 국내 은행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쓰러진 뒤 외국자금이 순식간에 회수되면서 휘청였던 혹독한 경험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서 국내 은행들은 우려했던 유동성 악화 등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 2008년 취임 당시 금융위기의 풍랑을 헤쳐나간 바 있던 하나은행 김정태(59) 행장은 이번 위기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리먼 사태 당시에 비해 외화차입 금액의 규모가 크게 감소해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부채 만기 관리도 전보다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은행장 재직 중 이번과 같은 국제적 금융위기를 두 차례 겪은 사람은 시중은행에서 김 행장이 거의 유일하다. 억세게 재수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김 행장은 이를 기회였다고 말한다. “위기를 넘는 노하우를 갖게 됐습니다. 위기를 통해서 노사가 하나 되는 등 임직원들 간 돈독한 믿음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김 행장은 오히려 위기를 넘어 하나은행을 글로벌 리딩뱅크로 세우기 위한 비전 실현에 관심이 많았다.

차세대 먹거리와 관련 그의 소신은 뚜렷했다. 김 행장은 “과거 유선인터넷이 금융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듯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인터넷 분야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스마트폰 금융 분야를 리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이 SK와 손잡고 모바일결제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하나SK카드를 출범시키는 등 김 행장의 모바일 금융에 대한 소신은 지주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레드오션인 국내 시장의 과당 경쟁에서 탈피하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김 행장은 “현재 하나은행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 안에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와 인도 뉴델리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경쟁력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기업 현지법인을 주로 상대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 전략이다. 김 행장도 이를 직시하고 있다. 그는 “현지인 중심 채용을 통해 현지에 뿌리내리는 영업 기반의 전략을 펼치겠다. 현지 직원들에게 기업문화 연수를 통해 자주 자율 진취라는 ‘하나 정신’을 겸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지화와 ‘하나은행화’를 함께 접목하겠다는 의미다.

외부 경쟁력에만 신경 쓰다가 내부 직원의 사기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은 김 행장에게는 기우다. 시간만 나면 영업점으로 달려가 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는 것은 기본. 영화·공연 관람에다 지역본부 직원과 야간 산행을 하면서 행장님이 아닌 이웃 형님 오빠와 같은 친숙함으로 행원들에게 인기다. 최근 구조조정을 공식화해도 은행 내에서 별다른 동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젊고 역동적인 행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김 행장도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의 실태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역시 그의 해답은 희망과 믿음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이뤄질 겁니다. 솔직히 지금은 영원한 정규직이 없는 시대입니다.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일자리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행장의 접견실 탁자에는 작은 뽀로로 장난감이 있다. 줄을 당기면 뽀로로가 신나게 북을 치는 포즈가 나온다. 회의 도중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은 임직원들이 있으면 면전에서 “잘했다”는 뜻으로 뽀로로 줄을 당긴다. 그러면 회의석상은 웃음바다가 된다.

“직원들을 믿고 일이나 회의를 할 때 즐거워하면 회사에 신바람이 생겨 경쟁력도 따라온다”고 믿는 김 행장. 그가 재임하면서 바꿀 하나은행과 우리나라 금융의 풍토가 자못 궁금해진다.

김정태 행장은

△1952년 부산 출생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1년 서울은행 입행 △1992년 하나은행 입행

△1998년 하나은행 지방지역본부 본부장 △2002년 하나은행 부행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 은행장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