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스타 추락 데일리프로그램 저주인가

입력 2011-08-30 23:43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부정 출발과 진로 방해 등으로 강력한 우승후보들이 금메달을 놓치면서 의외의 복병들이 우승의 영예를 차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이변은 단연 남자 100m 경기였다. 28일 열린 결승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대신 볼트의 훈련 파트너인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가 첫 메이저대회에서 깜짝 우승했다.

29일 열린 남자 110m 허들 경기도 충격적이었다. 당초 이 종목은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와 ‘황색 탄환’ 류샹(28·중국), 시즌 기록 1위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 등이 3파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로블레스가 류샹의 팔을 건드려 실격 처리됐고, 이에 영향을 받은 류샹은 우승 문턱에서 눈물을 흘려야했다. 올리버는 아예 두 번째 허들을 잘못 넘는 바람에 하위권으로 쳐졌다. 결국 무명의 제이슨 리처드슨(25·미국)이 금메달을 차지하는 행운을 얻었다. 30일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도 ‘지존’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06)에 한참 못 미치는 4m65에 그쳤다.

이밖에 지난 27일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승 후보였던 스티브 후커(29·호주)가 저조한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이변이 속출하자 이를 둘러싼 괴담까지 떠돌고 있다.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를 장식한 선수는 ‘불운’을 겪는다는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데일리 프로그램은 그날의 경기 일정과 출전 선수 명단, 경기 프리뷰 등이 실린 책자다. 표지는 당일 경기 참가 선수 중 최고 스타가 장식한다. 첫날에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후커, 둘째 날에는 남자 100m의 볼트, 셋째 날에는 남자 110m 허들의 로블레스, 넷째 날에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가 표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우승은커녕 메달 순위에도 들지 못하며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최일영 기자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