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로블레스의 류샹 진로방해 판정 “극히 드문일… 너무 붙어있었다”

입력 2011-08-30 19:00

류샹이 상대 파울로 눈물을 흘렸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부정출발로 실격됐을 때 이 종목에서 뛴 한국 육상 대표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이를 지켜봤다. 이들의 반응은 “놀랐다”였다.

29일 남자 110m 허들 결승전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다이론 로블레스가 경기 후 진로방해가 인정돼 메달을 박탈당하고, 1위로 달리던 류샹이 진로방해의 희생자가 된 것에 대해 대표팀 선수들은 처음엔 류샹이 마지막 허들을 잘못 넘었기 때문으로 알았다고 한다. 허들 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를 관전했던 대표팀 이재홍 트랙·필드 위원장은 “이 같은 주행방해는 허들에서 극히 드문 케이스”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허들을 뛰다 보면 허들을 넘는 순간 다른 선수의 팔을 잡는 모션을 취하기가 아주 어렵다”면서 “고의성은 없었던 것 같고, 로블레스와 류샹이 너무 붙어있었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종목에서 예선 탈락했던 박태경(31·광주시청)도 “류샹의 불운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위원장은 밝혔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30일 나머지 허들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뛸 때 1m25 넓이인 레인 위에서 정상적인 코스로 달려라”고 주문했다.

볼트가 28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 어이없는 부정 출발로 실격됐을 때에도 한국 단거리 대표팀은 스타디움을 찾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단거리 대표팀도 선수촌에서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훈련을 계속했지만 볼트의 결승 장면을 보기 위해 전원이 스타디움으로 갔다. 예선 1차전에서 볼트와 똑같이 부정 출발로 실격된 김국영(20·안양시청)은 “나도 힘들었지만 볼트는 세계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팠을 것”이라고 동병상련의 심정을 밝혔다. 단거리 대표인 여호수아(24·인천시청)도 “누구도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잠시 멍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너무 잘 뛰려고 하던가 몸 상태가 너무 좋을 경우 가끔 부정 출발이 일어난다“면서 “볼트가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에 욕심을 너무 많이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단거리 대표팀 선수들은 “400m 계주 때 실수하지 말고 잘 뛰자”고 서로를 격려했다고 여호수아는 전했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