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에 산다는 이유로 10억이상 자산가도 혜택… ‘눈먼’ 건보료 경감정책
입력 2011-08-30 22:05
경기도 광주의 면 지역에 사는 A씨(63)는 재산 12억2000만원에 연소득 5000만원인데도 건강보험료를 월 46만원이나 경감 받는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인 A씨가 원래 납부해야 할 월 보험료(재산·종합소득 등 고려해 산정)는 209만7270원이다. 하지만 단지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63만7270원만 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98년부터 전국의 군(郡) 및 도·농복합형태 시(市)의 읍·면 지역, 시의 녹지 지역, 개발제한지역 등에 거주하는 농어업인 가구의 보험료를 22% 깎아주고 있다. 농어촌 노인인구 급증과 농수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경제악화 등을 고려한 보상 차원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농어촌 주민 보건복지증진 특별법에는 지역 건보료 경감 관련 규정이 담겨 있다.
그런데 10억원 이상 고액 재산가도 농어촌 경감대상에 포함돼 형평성 논란과 건보재정 누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A씨처럼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보험료 감액혜택을 받는 불합리한 일도 벌어진다. 심지어 보험료 감면혜택을 목적으로 농어촌 지역에 위장 거주하는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실태점검 및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51만7000가구가 농어촌 경감혜택을 받았다. 금액으로는 222억원이다. 이들 중 재산과표상 10억원 이상 소유자가 1만5727가구에 달한다. 10억∼15억원 소유자 7700가구, 15억∼20억원 3535가구, 20억∼25억원 1774가구, 25억∼30억원 957가구, 30억∼35억원 553가구로 집계됐다. 35억원이 넘는 재산가도 1208가구나 됐다. 이들은 부담해야 할 월 보험료에서 최소 4만여원, 많게는 50만원 가까이 할인혜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료 감액 대상자 중 재산이 10억원을 넘는 ‘농어촌 부자’는 2007년 7747가구에서 2008년 1만554가구, 2009년 1만3424가구, 지난해 1만5727가구로 매년 증가했다.
이 의원실은 현지 실태조사 결과 보험료 감액을 노리고 주소지를 옮겨오는 등 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이 매년 2차례(4·10월) 실시하는 농어민 건보료 지원 신규 및 부적격 대상자 파악조사 결과 최근 4년간 부적격률이 1.5∼1.9%에 이르는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 의원은 “정부의 관리 부실로 농어민, 도서벽지 거주자를 위한 제도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면서 “당국의 철저한 실태 점검과 함께 고액 재산가의 경감혜택을 없애고 실제 지원이 필요한 농어민에게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