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中·日은 치고 나가는데… 차라리 눈감고 싶은 한국 육상
입력 2011-08-30 18:21
대구에서 한국은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 아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국, 일본과 아시아 스포츠 3강을 형성했던 한국은 안방에서 두 나라의 메달 경쟁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일본은 29일 밤 열린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이번 대회 첫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해머던지기에서 세계 정상권을 형성해 온 무로후시 고지(37)가 결승에서 81m24를 던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7번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무로후시는 일본 최초로 올림픽(2004년 아테네)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를 동시에 제패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라톤 이외의 종목으로 금메달을 딴 첫 번째 일본인 선수가 됐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여자 100m에서 후쿠시마 치사토(23)가 준결승까지 진출하고,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사와노 다이치(31)가 결승에 진출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스포츠 강국답게 이번 대회에서도 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8일 여자 원반던지기 금메달(리옌펑)에 이어 29일에는 ‘황색탄환’ 류샹(28)이 불운 끝에 은메달을 추가했다. 29일까지 메달 순위에서 자메이카와 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중국과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28일 남자 경보 20㎞에서 김현섭(26)이 6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메달 순위에서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8위까지 입상자에 점수를 부여한 순위에서는 3점의 점수로 공동 28위에 올라 있다. 한·중·일 3국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중국이 35점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올림픽 등 다른 종합대회에서 중국, 일본과 경쟁을 펼치던 한국이 육상에서 유독 약점을 보이는 것은 그간 제대로 된 선수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이 같은 상태에서 대회를 앞두고 외국 코치를 영입하는 등 ‘벼락치기’ 성격의 투자를 진행했지만 효과를 나타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평가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