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입’ 열리면… 정치권 초긴장

입력 2011-08-30 18:31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여야는 바짝 긴장하며 박씨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30일 “박씨와 같이 골프를 치며 어울린 여야 의원들이 5∼6명이며 단순히 골프만 쳤는지, 돈까지 오갔는지를 검찰이 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 상황을 전했다.

일단 여야 모두 “검찰이 지휘고하를 막론한 확실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한나라당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이 호남권 야당 인사들과 주로 유착했다면서 야당에 더 악재가 될 것으로 봤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지난 국정조사를 통해 호남 특정지역 인맥을 중심으로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과거 정권 실세였던 현역 의원들도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박씨의 로비창구로 지목하고 있는 야당 의원은 이 같은 전망에 즉각 대응을 자제했다. 다만 해당 의원 측은 “당분간 지켜보겠지만 수사 방향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면 하나씩 대응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야권은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가 지난해 6월 다급하게 이뤄졌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각각 500억원을 출자하는 과정에 박씨가 개입했고, 여권 유력 인사들 역시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박씨의 정·관계 로비는 청와대가 핵심”이라며 국조 당시 청문회 증인으로 전·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들을 대거 채택하려 했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치권에서 다시 사개특위를 꾸려 대검 중수부 폐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중수부 존재 이유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청와대에 칼을 제대로 들이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4∼8월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위기에 놓였을 때 박씨와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씨와 친분이 있지만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청탁을 받고 도와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박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대부분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였다”며 “저축은행 관련한 언급이 한번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축은행 전반에 대한 조사가 (정부에) 정무적으로 부담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했다.

한장희 손병호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