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박태규 영장 청구… 정·관계 로비의혹 규명 ‘정조준’
입력 2011-08-30 22:37
검찰이 30일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이 유상증자를 시도할 때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부탁해 일이 잘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한 뒤 그 다음달 성사 사례금으로 현금 6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500억원씩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퇴출 저지 명목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간 혐의도 있다. 구속 여부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이후 결정된다.
박씨는 ‘삼성 특검’으로 활동한 조준웅(71)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조욱희(54) 변호사를 선임,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 구속이 결정되면 곧바로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는 데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 강남의 박씨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해 박씨가 남긴 각종 메모와 서류,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씨가 캐나다에 도피해 있는 동안 그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자주 접촉한 인사들의 면면을 대부분 파악했다. 통화 내역 리스트에는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전·현직 고위 인사 2∼3명, 여야 정치인 5∼6명의 이름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박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대부분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한 언급이 한번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축은행 전반에 대한 조사가 (정부에) 정무적으로 부담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무렵 박씨와 자주 접촉한 정·관계 인사를 우선 수사 대상에 올렸다. 김양 부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도 로비 대상 등에 대한 진술을 얻었으며, 박씨 주변 인물의 계좌도 훑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의 돈이 박씨에게 넘어간 부분까지는 확인됐다”며 “로비 대상이 누구였는지, 박씨가 실제 돈을 전달했는지는 단계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조기 입국하면서 일단 ‘역전 홈런’의 전기를 마련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부터 5개월 이상 수사에 매달려 36명을 구속하고 64명을 기소했지만 정작 정·관계 유력 인사의 유착 의혹을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수사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씨가 정작 로비 ‘몸통’에 대한 진술에 소극적이거나 검찰과 현 정권 모두에 부담이 되는 거물급 인사의 이름을 줄줄이 실토하면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지호일 태원준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