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 해결노력 않는 건 위헌”
입력 2011-08-30 22:17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일본이 배상 책임 소멸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다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위헌 결정의 의미와 파장=헌재는 3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09명과 원폭 피해자 2542명이 “정부가 일본 정부와의 청구권 분쟁을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 부작위(不作爲)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각하)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놓고 분쟁이 있는 경우 해결 절차로 나가는 것은 작위의무(적극적 행위를 할 의무)”라며 “한·일 협정에 피해자 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해석 차이가 있으므로 정부는 외교적 경로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해자가 모두 고령으로 시간을 지체하면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일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손해를 정부가 완전하게 보상할 책임이 있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이강국 민형기 이동흡 재판관은 “어떤 방법으로든 국가가 노력하라는 바람은 간절하지만 헌법과 법 규정을 넘어 외교 문제 해결을 강제할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이 위안부·원폭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거나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신해 배상에 나서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일본에 대해 배상청구권이 있는지를 놓고 한·일 간 분쟁이 있음에도 외교통상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협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국제 중재위 회부 등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헌재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한·일 간의 여러 채널과 유엔 등 국제 기구를 통해 일본의 책임 있는 대응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단체 반응 및 향후 대응=피해자 단체들은 헌재 결정에 대해 “정부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안선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기획팀장은 “정부는 결정 내용을 수용하고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빨리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31일 외교부 앞에서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강제숙 한국 원폭 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1965년 한·일 협정에서 원폭과 위안부, 사할린 강제동원 문제가 빠졌고 조약 자체도 당시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과 재협상을 벌여 원폭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공식화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중 지호일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