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푸른 소금’의 주인공 송강호, 사랑에 빠진 조폭 役… 신세대 신세경과 연기호흡
입력 2011-08-30 18:03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 송강호(44)가 돌아왔다. 지난해 546만명을 동원한 ‘의형제’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색채·색감의 마술사’ 이현승(50)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액션·멜로물 ‘푸른 소금’(15세 이상 관람가)이 무대다.
31일 개봉되는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평범한 삶을 살고자 은퇴한 폭력조직 보스 윤두헌으로 등장해 특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발산한다. 특히 신세대 스타 신세경(21)과 세대차를 뛰어넘는 색다른 멜로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5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스물세 살 차이인 신세경과의 호흡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진짜 쑥스러웠다. (신세경의) 젊음과 미모를 따라가려고 하니 정말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점차 (윤두헌에) 젖어들었고 나중에는 마음껏 뛰어놀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헌은 청부살인업자로부터 자신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고 갈등하는 사격선수 출신 킬러 조세빈(신세경)에게 점차 마음이 빨려 들어간다.
송강호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녀가 사랑인지, 연민인지, 우정인지 잘 모르겠으나 서로에게 어떤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영화”라고 ‘푸른 소금’을 소개했다. 신세경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배우로서의 질감이 아주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물한 살인데도 감정의 결이 풍부하다. 5년이나 10년 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될 것 같은 잠재력이 있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맞은편 건물에서 두헌을 저격하려던 세빈이 때마침 두헌을 제거하러 들이닥친 조폭들에게 총부리를 돌린 장면의 다음 신을 꼽았다. “세빈이가 자기 생명을 구해줬다는 걸 알고는 맞은편 건물 어딘가에 있을 세빈을 애절하게 찾는 장면이에요.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그런 느낌인데, 이 영화의 정서를 함축하고 있죠. 외롭고 고독하게 살았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구나 하는 걸 느끼는 순간인 거죠.”
송강호는 조폭 연기와 유독 인연이 깊다. 초창기 작품인 ‘초록물고기’와 ‘넘버3’(이상 1997), ‘우아한 세계’(2007)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그는 “조폭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많은 얘기를 역동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라 그런 것 같다”며 “같은 조폭이지만 ‘넘버3’에서는 코믹 연기를, ‘우아한 세계’에서는 가정을 생각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조폭을, 이번에는 사랑에 빠진 조폭을 보여줬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매번 달랐다”고 말했다.
1989년 부산지역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으니 그는 올해로 연기 경력 23년차인 최정상급 배우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존재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그 차원에서의 존재가 아니라 항상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배우 말이에요. 어떤 작품을 봐도 어제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