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부산저축銀 로비 전모 확실히 밝혀야
입력 2011-08-30 17:54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됐다가 캐나다로 도망갔던 박태규씨에게 3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는 지난해 초 퇴출위기에 몰렸던 부산저축은행이 포스텍 등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5억원 이상의 로비자금을 받아 정치권 등에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무엇보다 박씨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정·관계 인사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 퇴출위기에 몰린 저축은행이 당국의 감시소홀을 틈타 서민들의 돈을 공중에 날려버려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일으킨 만큼 그 배후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건설업체 사장 출신으로 알려진 박씨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언론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권력에 메스를 가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권력형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관행을 보면 배후를 캔다고 해놓고는 야당인사 몇 명에다 끈 떨어진 여권 인물 몇 명만 쇠고랑 채우는 수준에서 끝났다. 이번 수사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 자명하다.
수사 초기인데도 청와대 관계자의 이름이 벌써 거론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나 관계 등에서 박씨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기생한 인물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다만 의욕이 앞서 증거 없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박씨의 입에만 의지하는 수사를 지양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과학적인 수사를 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인, 공무원까지 공모해 힘없는 서민들의 금쪽같은 돈을 앗아간 공정사회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범죄다. 이 같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배후를 밝혀내지 않고는 정의가 살아 있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신임 한상대 검찰총장과 힘들게 살아남은 대검 중수부가 모처럼 존재 이유를 증명할 기회를 맞은 만큼 사력을 다해 진실을 파헤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