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나눔 공생 발전] 통큰 기부·공익 실천… 사회와 어깨 겯는 기업들

입력 2011-08-30 19:47


재계에 ‘동반성장’ 바람이 거세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됐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6∼9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사회공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220곳의 총 지출금액은 2조6517억5600만원으로 전년보다 2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공헌 지출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0.1%에서 2009년 0.2%로 늘었고, 경상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도 4.0%에서 4.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새로운 화두로 ‘공생발전’을 역설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 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의 모델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 2010년 ‘공정한 사회’라는 비전에 맞춰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및 자금 지원, 취약계층 채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 발언 이후 대기업 오너들의 ‘통큰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현대중공업 최대주주)를 포함한 범 현대가 오너들이 사재출연을 포함, 5000억원을 내놓은데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6년 사재를 포함, 8000억원을 출자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없이는 LG의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며 “갑을 관계라는 낡은 생각을 버리고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파트너로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협력업체의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어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자”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업(MRO) 포기나 전환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MRO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행복 도시락’, ‘행복한 학교’ 등 사회적 기업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MRO 전문 계열사 엔투비를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모범 모델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업체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STX는 1, 2차 협력사 대표단이 각종 애로사항을 강덕수 회장과 계열사 사장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생 핫라인’을 설치했다.

GS건설 임원과 협력회사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자이(Xi) CEO 포럼’은 2004년 9월 첫 개최된 이래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협력사의 경영혁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상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또 주요 20여개 협력회사 CEO들과 보다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올해부터 ‘그레이트 파트너십 동반성장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한국산 부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선두 지휘하면서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한국산 부품 경쟁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원료, 포장재 등 협력사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2015년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상생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협력사의 성공이 곧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이라는 게 서경배 대표의 생각이다.

KB금융그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KB금융그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공익법인 ‘KB금융 공익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은 4%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 ‘KB 굿잡’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