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목사님이 전한 말씀 따르겠습니다”… ‘나를 사랑하느냐’

입력 2011-08-30 17:44


나를 사랑하느냐/옥한흠 지음/국제제자훈련원

이번 한 주 고 옥한흠 목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좋겠다. 오는 2일은 사랑의교회를 창립한 옥 목사의 1주기. 그가 떠난 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옥 목사가 없어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다. 간혹 한국교회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때, “옥 목사가 계셨더라면…”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 소리조차도 희미해진다. 그리 생각하면 인생은 참으로 무상한 것이다. 무상한 인생길에서 남는 것이 무엇일까. 새삼 이사야 40장 8절의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는 말씀을 생각하게 된다.

옥 목사는 이 땅을 떠났고, 그의 추억도 희미해지지만 남는 것이 있다. 그가 수십년 동안 전했던 말씀들이다. 그 말은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각종 기록과 영상, 책으로 남았다. ‘제자훈련에 인생을 건 광인(狂人)’은 없지만 그가 남긴 말은 ‘서 있는’ 것이다.

옥 목사 1주기를 맞아 국제제자훈련원에서 그를 추모하는 책을 냈다. ‘나를 사랑하느냐’는 제목의 설교집이다. 책 맨 뒷면에 편집 책임자로 옥성호씨의 이름이 보인다. 옥 목사의 장남이다. 국제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 일을 맡아 보고 있다. 아버지의 책을 아들이 만들었다.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을지는 가히 짐작이 된다.

책에는 옥 목사가 생전에 행했던 10편의 설교문이 들어 있다. 그가 평생을 통해 고민했던 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설교문을 일관되며 선명한 주제로 모은 출판사의 편집이 돋보인다. ‘그렇습니다’와 ‘사랑합니다’, ‘따르겠습니다’ 등 3부로 이뤄진 책은 한 평범한 인간이 믿음을 갖고 헌신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제자가 되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믿음의 길은 먼저 “그렇습니다”라는 동의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동의는 그리스도를 알아가면서 “사랑합니다”로 발전한다. 사랑하는 자만이 “내 삶을 바치겠다”는 결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의와 사랑의 기초가 확고히 닦여진 사람만이 “따르겠습니다”는 자기 부인의 고백을 할 수 있다.

옥 목사는 절대로 한번 강단에서 선포한 설교를 다시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생전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만일 설교문을 재탕하면 그때가 목회에서 내려올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엄청난 설교를 ‘재탕 없이’ 했겠지만 그 설교의 주제는 언제나 동일했다. 순도 100%로 주님을 확실히 믿고, 그분을 온 맘을 다해 사랑하며, 진정한 제자가 되어 열매 맺는 인생을 살라는 것이었다.

책에 나온 그의 설교 궤적을 좇다보니 새삼 옥 목사가 철저히 하나님을 사랑했던 목회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단에서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그의 추상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스도 안에 뿌리 내린 믿음’이란 설교에서 그는 적당주의 신앙에 철퇴를 내린다. ‘예수를 믿는다’와 ‘예수를 안다’는 말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지 지식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불충분하며 중요한 것은 그분께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라면 예수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인생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람을 깊이 알고 그에게 매혹당하면 어떻게 되나요? 잡혀 버립니다. 바울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을 깊이 알수록,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긴 것들이 형체도 없이 전부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님께 사로잡혔습니다. 나는 어느 수준입니까? 내가 예수님께 사로잡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리 되어야 정상입니다.”

적당주의야말로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는 병폐라고 질타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를 너무 잘 믿어서 비난받습니까? 아닙니다. 적당히 믿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교회가 멍들고 근본적인 정신을 상실해 껍데기만 남은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적당주의 신앙을 뛰어넘어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기뻐 뛰는 사람, 곧 그리스도 안에서 뿌리 내린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울과 같이 기쁨에 겨워 “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최고다!”라고 외치는 수준의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나를 따르라’란 제목의 설교에서 옥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 즉 제자로 사는 것은 예수님이 남기신 발자국에 내 발을 디디며 따라가는 것이다. 그는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를 좇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만이 그분을 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트리히 본회퍼가 지적한 ‘값싼 은혜(Cheap Grace)’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못하다가 후회하며 세상을 떠나는 것을 봅니다. 그들은 구원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천국에 들어갔더라도 예수님 앞에서 결산할 때 분명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이 꼭 한번은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너는 진정으로 예수를 따르는 제자였느냐’고 물어보실 때,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평범한 날의 신앙생활’이란 제목의 설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을 들면서 동행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님과 친해지는 것, 그분과 매일 매순간을 거니는 것보다 신자에게 의미 있는 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옥 목사는 에녹과 같이 동행하기 위해서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 동시에 성령을 좇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믿음과 성령이야말로 동행의 필요조건이라는 말이다.

책에는 옥 목사가 1980년 사랑의교회 창립 2주년 때 행한 ‘내려오지 않는 손’이란 제목의 설교 일부가 후기로 담겨 있다. 당시 40대 초반의 옥 목사는 “개척교회를 하되 기성교회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한번 시도해 보자”고 말했다. 마치 영국의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가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기독교’를 이제 시도해 보자”고 호소했던 것과 같은 비장한 느낌이 든다.

고인의 제자인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는 ‘말씀에 대한 불꽃같은 사랑, 개인과 교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적인 답으로서 말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말씀을 추호라도 사사로이 풀지 않는 칼날 같은 엄격한 태도’를 고인을 추억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들이라고 말했다.

목회자건, 성도건, 옥 목사 1주기를 맞아 고인이 평생 외쳤던 말씀 한 구절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면 좋을 듯싶다. 고인이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것 같다. “지금 ‘나를 사랑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소?”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