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도로가 마을침체 부메랑 될줄이야… 이동시간 줄어 숙박 대신 당일치기 여행 정착
입력 2011-08-30 21:34
지리산 심원마을이 산촌 체험마을로서 겪고 있는 침체는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 관통도로가 포장된 것은 1988년이지만 2000년대 이후 지리산 관광의 패턴이 바뀌었다. 1박 이상 체류형 탐방대신 당일치기 관광이나 산행이 늘어난 것이다. 도로가 넓어지고 직선화되면서 이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도시에 묵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리산 둘레길 개통으로 가족단위 탐방객이 대거 발길을 돌린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무엇보다 지리산국립공원의 탐방객은 대체로 감소추세다. 2000년 336만명에서 2006년 262만명으로 줄어든데 이어 입장료가 없어진 지난해 이후 270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 이후 남동쪽 산청군으로 향하는 탐방객이 늘면서 서북쪽 탐방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립공원 지리산사무소에 오래 근무한 임철진 과장은 “뱀사골 쪽 탐방객이 연간 20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리산 탐방행태가 체류형에서 통과형으로 바뀐 것은 역설적으로 관통도로의 탓이 크다. 특히 심원마을에게는 관통도로가 십수년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심원마을로서는 당장 실효성 있는 이주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환경부가 국립공원 내 사유지를 사들이기 위해 책정하는 예산은 매년 40억원 가량에 그친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필요한 특정 마을의 집단이주사업을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책정이 요구되지만 관철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심원마을의 집단이주는 현재 추진 중인 북한산 송추계곡의 이주가 끝나는 2013년 이후 10년 혹은 20년 후가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립공원 땅의 38%가 사유지이다. 환경부가 98년 국립공원 관리를 맡은 이후 2005년부터 본격화된 국립공원 내 사유지 매수 및 이주 실적은 북한산 산성지구를 포함한 3.5㎢(전체 사유지의 0.03%), 460억원 규모에 그쳤다. 2020년까지 3900억원을 들여 15.6㎢를 매입할 계획이지만 매입과 이주보상 협상이 지지부진해 책정된 예산의 절반도 못 쓰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최근 자연공원법을 고쳐 일부 국립공원의 집단 거주지역과 자연마을지구 등을 국립공원에서 대거 해제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집단 거주지역 이주를 위한 사유지 매입사업의 명분과 예산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보고 있다.
최근 구례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지방도로를 철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무산되더라도 잦은 인명사고와 로드킬을 일으키는 관통도로가 장기적으로는 철거될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숲 속 생태체험 체류지로서의 심원마을은 매력을 잃어갈 것이라는 게 근본적 문제다. 다만 관통도로가 철거되고, 셔틀버스와 함께 심원마을만의 특화된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집단 이주 이외의 대안이 나올 지도 모른다.
구례=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