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日 무로후시 해머던지기 金… 아시아 희망 쏘다
입력 2011-08-30 01:13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일본 해머의 전설’ 무로후시 고지(37)가 7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무로후시는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해머던지기 결승에서 81m24를 던져 크리스티안 파르시(헝가리·81m18)를 불과 6㎝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무로후시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원반던지기의 리얀펑(32·중국)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로 세계를 제패한 선수로 기록됐다.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무로후시는 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이후 7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감격도 함께 맛봤다.
해머던지기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한 ‘아시아 챔피언’ 무로후시 시게노부와 루마니아 여자 창던지기 대표 출신인 세라피나 모리츠를 부모로 둔 혼혈인 무로후시는 육상 투척 종목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그의 여동생 무로후지 유카도 원반던지기 대표로 활약했다.
어머니를 닮아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무로후시는 2001년 에드먼턴 세계대회에서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머던지기에서 2위에 올라 투척 종목 사상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마침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투척 종목 금메달을 따내는 위업까지 이뤘다. 당시 82m91로 2위에 머물렀지만 83m19를 날려 1위를 차지했던 헝가리의 아드리안 아누시가 금지 약물 검사에서 적발돼 메달을 박탈당하면서 금메달을 승계했다.
하지만 무로후시는 아테네 올림픽 이후 부상으로 주요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6위에 그쳤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5위에 머무르는 등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2차 시기에서 81m03, 3차 시기에서 81m24, 5차 시기에서 81m24를 던지는 등 세 번이나 81m를 넘기며 건재함을 과시, 아시아의 역사(力士)로 세계육상사에 한 획을 그었다.
무로후시는 부상에 시달리는 동안 일본의 주쿄대에서 해머던지기의 회전 기법을 주제로 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같은 대학 후배인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가 무로후시에게 회전에 관한 비법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로후시는 “아버지께 고맙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아버지가 없이는 오늘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