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미국의 자존심, 자메이카 독주 막다
입력 2011-08-30 01:05
카멜리타 지터(32·미국)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으로 우뚝 섰다. 2007년 오사카와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연속 3위에 그쳤던 지터는 이로써 세계선수권대회 무관의 한까지 풀었다. 육상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눌렸던 미국 역시 지터의 우승으로 100m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지터는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결승에서 10초90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4번 레인에 나선 지터는 이날 0.167초의 출발반응 속도로 스타트 블록을 치고 나가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자메이카·10초97), 켈리 앤 밥티스트(트리니다드토바고·10초98)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반면 매 대회에서 지터의 발목을 잡아왔던 캠벨 브라운은 반응 속도가 0.234초로 8명의 출전 선수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초반 스타트에서 지터에 밀렸다. 캠벨 브라운은 늦은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50m 지점까지 지터와 막상막하의 스피드를 선보이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두 선수의 승부는 50m를 지나면서 갈렸다. 스피드를 올린 지터가 80m 지점을 통과하면서 캠벨 브라운을 따돌리고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캠벨 브라운에 0.07초 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터에 비해 0.07초가량 출발반응 속도가 늦었던 캠벨 브라운은 결국 그 시간 차이로 아깝게 은메달에 머무르며 땅을 쳤다.
현역 선수 중 가장 좋은 10초64의 기록과 올 시즌 가장 좋은 10초70의 기록을 보유한 지터는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여자 100m 금메달 1순위로 꼽혀왔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베를린 대회에서 우승한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자메이카), 오사카 대회 우승자이자 올 시즌 2위 기록을 갖고 있는 캠벨 브라운의 기록 역시 만만치 않아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미국은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로린 윌리엄스가 10초93으로 캠벨 브라운을 따돌리고 우승한 뒤 여자 100m에서 그간 자메이카에 밀려 왔다. 남자까지 합칠 경우 오사카 대회에서 타이슨 게이가 100m에서 우승한 뒤 4년 만에 육상 100m 세계 정상국의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대구=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