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진로방해 때문에… '황색탄환' 류샹 불운의 은메달
입력 2011-08-30 01:02
남자 110m 허들 3인방의 전쟁은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진로방해로 메달은커녕 실격 처리돼 금메달을 박탈당하는 신세가 됐다. 4년 만의 세계 정상 복귀를 노린 ‘황색탄환’ 류샹(28·중국)도 진로방해의 희생자가 되는 불운으로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승전이 열린 29일 대구스타디움. 출발선 4·5·6번 레인에는 ‘남자 허들 3인방’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와 로블레스, 류샹이 긴장된 모습으로 나란히 섰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로블레스가 가장 먼저 앞서갔다. 로블레스는 출발반응 속도가 0.150초로 류샹(0.164초)과 올리버(0.171초)보다 빨랐다. 30m가량 지점부터는 로블레스와 제이슨 리차드슨(25·미국)이 무섭게 치고 나오며 접전을 펼쳤다. 이어 후반에는 류샹이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며 역전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런데 로블레스와 류샹이 마지막 허들을 넘는 순간 갑자기 류샹이 균형을 잃으며 급격히 속도가 줄었다. 결국 로블레스가 피니시 라인을 제일 먼저 통과했고, 전광판 순위표에는 로블레스가 13초14의 기록으로 제일 높은 곳을 차지했다. 로블레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쿠바 국기를 온 몸에 두르고 몬도 트랙을 돌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경기가 끝난 지 50여분 후 류샹의 코치인 순하이핑의 항의를 받아들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비디오 판독 끝에 로블레스를 실격 처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IAAF는 9번째 허들을 넘을 때 로블레스가 허벅지가 허들에 걸리면서 오른팔로 류샹의 왼팔을 건드렸고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에는 아예 류샹의 팔을 뒤로 잡아끌었다고 판정했다.
결국 로블레스는 실격 처리되고 2위로 통과한 리차드슨이 13초16 기록으로 어부지리의 금메달을 차지하는 행운을 안았다. 로블레스의 소속팀인 쿠바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으나 IAAF는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때 세계 기록을 갖고 있었던 류샹은 아킬레스건 부상 후유증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기권하고 자국 팬들의 원성을 들으며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로블레스의 진로방해로 13초27의 기록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3파전의 또 다른 축이었던 올리버는 두 번째 허들을 잘못 넘는 바람에 13초44로 전체 5위에 그쳤다. 결국 허들 3인방 가운데 최종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대구=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