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1달, 그 이후… 은총교회 김양수 목사 “시련속 예배에 성도들 감사의 기도”
입력 2011-08-29 19:45
“지금도 빗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지난달 27일 집중 폭우에 따른 우면산 산사태는 1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9일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 내 은총교회에서 만난 김양수(56) 목사는 여전히 악몽을 꾼다고 했다. 일단 긴급 복구는 했지만 마을 안쪽엔 토사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수리중인 가옥 등 산사태가 남긴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에 잠겼던 지하방은 황톳물이 찼던 곳이라는 걸 증명하듯 흙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김 목사는 인천에서 15년간 사역하다가 지난해 3월 서울로 이사했다. 30여명의 성도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출석했기 때문에 큰맘 먹고 이곳으로 옮겼다. 전원마을에 거주하는 성도 한 명이 집 지하 공간을 제공해 현재의 예배 공간을 마련했다. 성도들과 매주 예배를 드리며 신앙공동체를 꾸려갔다. 그러나 폭우와 함께 그날 새벽 순식간에 찾아온 산사태로 들이닥친 토사는 교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김 목사 부부는 창문으로 가까스로 탈출했다. 30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한걸음에 달려온 성도들은 김 목사 부부를 사당동의 한 성도 집으로 피신시켰다.
교회는 컴퓨터와 냉장고, 책장 등 1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김 목사가 20년 넘게 간직해온 설교 자료도 흙탕물과 함께 사라졌다. 김 목사는 “생활 용품은 다 버려졌고 지원금이라곤 구청에서 나온 100만원이 전부”라고 했다.
김 목사 부부는 전자제품을 새로 마련할 여력이 없어 건조시키고 흙을 털어 다시 쓰고 있다. 하선숙(55) 사모는 “소방서에서는 흙이 들어간 제품은 화재 염려가 있으니 되도록 쓰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성도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교회 바닥 장판과 벽지를 교체했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예배처소를 하루빨리 원상 복귀해야 한다고 해 사흘 밤낮 복구 작업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하 사모는 “도배부터 바닥, 창문, 욕실, 보일러 등을 모두 수리했지만 구청으로부터 지원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지원금은 충분치 않다. 서초구 관계자는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 기준에 따라 전파(全破)된 주택에는 900만원, 반파된 주택에는 45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아직도 교회 곳곳에 토사가 남아있지만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하나님은 고난과 동시에 극복할 힘도 주시는 분이기에 금방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