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4개월 해외 북 투어 마치고 귀국 소설가 신경숙 “이제 작품만 쓰며 칩거하고 싶어”

입력 2011-08-29 19:16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갔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정이 계속 생겼다. 아직도 얼얼한 기분이다.”

지난 4월부터 넉 달간 소설 ‘엄마를 부탁해’ 해외 북 투어 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소설가 신경숙(48)씨가 2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엄마를 부탁해’는 지난 4월 영문판이 출간된 이래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28개국에 번역 판권이 팔렸고 15개국에서 출간됐다. 신씨는 남편인 남진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함께 북미 7개 도시와 유럽 8개 도시를 순회하며 독자와 만났다.

-해외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한데.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에서 주는 가족들의 상실감과 아들, 딸, 아버지, 어머니 등 화자(話者)를 달리한 것에도 공감하는 것 같았다.”

-기억에 남는 독자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에서는 아버지뻘 되는 분이 참석했는데 북클럽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며 책을 27권이나 들고 와서 사인을 부탁했다. 그분은 아내가 먼저 소설을 읽고나서 소설 속에서 걸음을 빨리 걷는 아버지를 가리키며 ‘당신 같은 사람이 나왔다’고 말해 책을 읽게 됐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역시 어머니뻘 되는 분이 오셨는데 어쩌다 사이가 안 좋은 채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며 소설을 읽으면서 화해를 못한 게 너무 가슴 아팠다고 들려주었다.”

-바깥에서 본 한국문학에 대한 가능성은.

“한국 소설에 대해 매우 신선해하고 궁금해했다. 한국적 서사에 힘을 느낀 것 같았다. 여기엔 그쪽의 문학적 풍토가 다져져 있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하려고 엮여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본 것 같았다. 미국이나 유럽 문학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데 비해 한국문학을 대안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한국문학이 좋은 번역자를 만나서 원작이 충실히 전달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정이 차기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노르웨이에서 만난 입양아 이야기는 언젠가 내 작품에 나올 것이다. 그곳에서 번역자가 마중을 나왔는데 5세 때 한국에서 입양된 사람이었다. 서로 한국어에 의지해서 주제가 엄마인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내가 입양아인 그의 눈치를 보며 마음이 쓰이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입양아는 노르웨이의 엄마가 소설 속 엄마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며 나를 편하게 해 줬다.”

-다음 일정은.

“다음 주말에 호주로 가서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다음 달 14일에는 일본에 갔다가 19일 돌아올 것이다. 그 이후에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싶다. 작품만 쓰며 칩거하고 싶다. 이동과 인터뷰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번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는데 내 책상이 주인 없이 그 빗속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