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8㎓ ‘황금 주파수’ 안았다… KT,1조원 넘는 가격 부담 입찰포기

입력 2011-08-29 19:12


SK텔레콤이 4G 이동통신의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 대역을 품에 안았다.

주파수 경매 9일째인 29일 KT가 입찰을 포기함에 따라 SK텔레콤은 직전 최고 입찰가인 9950억원에 1.8㎓ 대역을 차지했다. KT는 1.8㎓ 대역을 포기하는 대신 800㎒ 대역을 최저 경쟁가격인 2610억원에 낙찰 받았다. 이에 따라 최초로 이뤄진 경매에서 매물로 나온 3개 주파수 대역 가운데 1.8㎓ 대역(20㎒폭)은 SK텔레콤, 2.1㎓ 대역(20㎒폭)은 LG유플러스, 800㎒ 대역(10㎒폭)은 KT에 각각 돌아갔다.

KT가 1.8㎓ 대역의 입찰을 포기한 것은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주파수를 얻는 것보다는 향후 성장을 위한 핵심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얘기처럼 아들을 두고 싸우는 부모의 심정이었다”면서 “통신업체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이쪽에 너무 돈을 많이 쓰면 다른 중요한 일들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지목한 ‘다른 중요한 일’은 클라우딩 컴퓨팅(각종 데이터를 어떤 기기로든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그는 “스마트시대에는 클라우딩 컴퓨팅 부문에서 얼마나 우월한 위치를 점하느냐에 따라 통신업계에서의 지위가 결정된다”며 조만간 이와 관련한 중요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G용 주파수 경매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롱텀에볼루션(LTE) 시대를 맞아 업계의 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동안 SK텔레콤은 경쟁사보다 많은 주파수 확보를 통해 3G 시대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경매를 통해 4G용 주파수가 골고루 분배됨에 따라 LTE 시대에서는 통신 3사가 동일한 경쟁선에서 출발을 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출발이 같은 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업계 판도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이 확보한 1.8㎓ 대역은 전 세계적으로 LTE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대역이기 때문에 국내외 제조사의 LTE용 단말기를 수급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이번에 확보한 2.1㎓ 대역을 통해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기존 800㎒ 대역에서 LTE 전국망 구축에 나선 LG유플러스는 2.1㎓를 추가해 경쟁력 있는 차세대망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T로서도 잃은 것은 없다. KT가 보유한 LTE용 주파수는 800㎒, 900㎒, 1.8㎓ 등 3개 대역에 50㎒폭으로 가장 다양하고 폭도 넓다. KT는 1.8㎓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준비하되 상황에 따라 나머지 대역도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주파수 경매가 과열 양상을 보임에 따라 경매제 개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회장은 “돈 많은 사업자가 주파수를 가져간다고 해서 효율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며 “정치권과 정책 당국자,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남석 방송통신위원회 전파기획관은 “정책적 효율성과 사업자의 투자 효율성을 병행해 경매 방식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