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규복] 농어촌에도 스티브 잡스 나오길
입력 2011-08-29 19:04
미국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얼마 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혁신적 제품을 출시하며 애플의 경쟁력을 강화한 그는 CEO 재임 14년 동안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한 ‘아이콘’이었다.
우리 농어촌기업에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스타가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농업을 국가 동력산업으로 인식하고 발 빠르게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농업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고 강조하며 농업분야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농업을 나노 테크놀로지나 우주공학에 맞먹는 미래산업으로 정의했다.
정부도 농업분야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6+α’산업으로 좌표를 재설정해가고 있다. 과거의 농업은 단순히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 이를 가공한 2차 산업, 가공된 것을 서비스 하는 3차 산업에 머물렀지만 ‘6+α’ 산업은 미래의 농업을 생명공학기술(BT)·정보기술(IT)·나노기술(NT)·녹색기술(GT)·문화기술(CT) 등과 융·복합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과도 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자연아래버섯 농장은 지난해 4억7000만원 매출에 2억7000만원의 소득을 거뒀다. 재배시설, 교육시설 등 불과 0.38㏊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이다. 과거 한 달 1500만원의 적자 농어촌기업이 봉지재배법이란 신기술을 바탕으로 관광, 버섯재배교육, 체험학습장 등이 어우러진 ‘6+α’ 산업의 집합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6+α’ 산업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유통역량의 강화이다. 아무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찾아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농어촌기업의 유통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기업의 ‘기업대 기업 비즈니스(B2B)’ 강화를 위해 지난 8월 2일 유통품평회를 개최해 유통개선이 가능한 20개 기업이 선발됐다. 9월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어촌기업 유통역량 강화를 위해 농어촌기업과 국내외 유통바이어가 만나는 제3회 농어촌산업박람회가 열린다.
정부는 올해 현장에서 유통바이어 및 농어촌기업 간 계약체결을 적극 유도하고 유통컨설팅 등을 통해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람회가 농어촌기업이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 시장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농업이 더 이상 단순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 차원을 넘어 이제는 첨단산업이 융·복합된 ‘6+α’ 농업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아이폰과 같은 명품 브랜드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농어촌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이규복(한국농어촌공사 농산업·도농교류 지원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