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핵심 브로커… 부산저축銀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2011-08-29 21:49

관심 몰린 박태규 ‘입’… 정치권 태풍의 눈

거물급 브로커로 알려진 박태규씨가 도피 생활 4개월여 만에 제 발로 돌아오면서 부산저축은행 로비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박씨가 비리의 ‘몸통’으로 연결되는 고리 역할을 했고, 그 실체에 대해 입을 연다면 수사 파장이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살아 있는 권력 비리 밝히나=검찰은 박씨의 입국에 대비해 상당한 수사 자료를 축적한 상태다. 박씨 통화 내역을 분석해 그와 자주 통화했거나, 특정 시기 접촉한 정황이 있는 인물들을 추려놓은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일부는 참고인 조사도 마쳤다. 검찰은 박씨가 자진 입국을 택한 만큼 자신의 로비 역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을 주목한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초 금융당국의 공동검사에서 대출 건전성 허위분류 사실이 적발돼 유상증자를 통한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은 급히 박씨를 ‘해결사’로 영입했고, 결과적으로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각각 500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유력인사를 동원해 도움을 준 대가로 6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후 청와대와 정부 고위인사들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도 적극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으로부터 “박씨에게 로비자금 등으로 17억원을 건넸으며 2억원은 나중에 돌려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배달사고’ 가능성도 있다.

◇돌연 귀국 왜=경남 함안 출신인 박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했으며 젊었을 때부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법조계, 언론계에 폭넓은 인맥을 과시했다. 기업 회장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여러 개 갖고 다니며 ‘박 회장’으로 불렸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박씨는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에게 “(검찰 조사에서) 내 이름이 나오지 않아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살고 있던 집에 단전·단수 조치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박씨가 4개월여 만에 귀국한 데는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주효했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 청구 외에 캐나다 이민국(CBSA), 연방경찰(RCMP)의 협조를 얻어 강제 송환을 추진했다. 또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수사관 7명으로 ‘별동대’를 꾸려 박씨 주변정보 수집에 나섰고, 가족과 변호인을 통해 입국을 종용했다. 수차례 귀국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둬들이기를 반복하던 박씨는 결국 28일 오전 7시40분 서울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박씨와 검찰 사이에 ‘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