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곽노현 변수’ 10·26 재보선 손익계산… 한나라 “승리 기회”-민주당 “돌발 악재”
입력 2011-08-29 18:4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금품 제공 논란이 10·26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곽 교육감이 9월 30일 전에 물러날 경우 서울시장과 교육감을 동시에 다시 선출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여야는 29일 곽 교육감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상황별 손익계산에 분주했다.
◇일단 여당에 유리?=전문가들 사이에는 곽 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야권과 진보진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윤리적 도덕적 기대치가 높은 진보진영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10월 재보선에서 야권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며 침체됐던 한나라당은 ‘승기를 잡았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당내 인사가 늘어났다. 한 중진의원은 “정몽준 전 대표나 홍준표 대표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공수역할이 바뀐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의 실정을 비판해야 할 야당이 부패한 이미지로 공격받는 입장에 서게 됐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일각에는 돌발 악재의 영향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 선거에서도 초기에는 특정 진영에 호재로 보이는 일들이 어느 순간 돌변해 역풍이 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에도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안보정국이 형성됐지만, 일반적 예상과 달리 야권이 크게 승리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경계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핵심 당직자는 “곽 교육감 효과만 기대하고 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인물로 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교육감 러닝메이트?=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을 같이 뽑는 상황이 올 경우 정책연대를 통한 자연스러운 러닝메이트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특히 이런 상황을 반기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시장과 교육감 선거가 패키지로 치러질 경우, 정책 이슈보다는 도덕성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면서 선거를 유리하게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러닝메이트 형태로 선거를 치르는 데 큰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곽 교육감 사건으로 진보진영 전체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다는 판단에서다. 한 당직자는 “러닝메이트가 된 시장후보까지 이미지에 먹칠을 당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의 또 다른 고민은 마땅한 교육감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손학규 대표 측근은 “곽 교육감 사태로 떨어진 진보진영 이미지를 극복하고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인지도와 능력을 갖춘 후보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여야 모두 인물이나 정책이 아닌 변수에 따른 선거공학적 접근에만 매달리면, 기대와 달리 상당히 어려운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용택 김원철 유성열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