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겨가며 法 공부하나… 고시촌 서적·동영상 불법공유 일상화 ‘저작권법 사각지대’
입력 2011-08-29 23:48
사법시험과 행정·외무고시,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서울 노량진과 신림동 일대 학원가의 저작권법 위반행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작권 피해를 보는 학원과 강사들은 수험생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이들 학원가에는 학원 동영상 자료나 교재·문제집을 무단으로 재배포하거나 돈을 받고 되파는 학원생이 적지 않다. 국내 전문서나 외국서적을 복사해 나눠 보는 일도 흔하다.
각종 고시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도 자료 불법공유와 관련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9일 한 임용고시 카페 게시판에는 ‘A선생님 모의고사 동영상 강의 같이 들어요’와 같은 글이 20여개 올랐다. 여러 명이 30만∼35만원인 수업료를 공동부담한 뒤 한 아이디로 강의를 듣는 게 유행이다.
자료공유는 학생 여럿이 서로 다른 강의를 들은 후 자료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학원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1만∼5만원을 받고 파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중등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최모(28·여)씨는 “돈이 없는데 강의를 일일이 다 들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음달 말에 있을 7급 공무원 면접을 준비 중인 김모(31)씨는 “학원 강사들도 알고는 있지만 수험생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눈감아주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지적하다가 학생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자료공유가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각종 서적이나 동영상 강의, 학원에서 나눠주는 문제와 자료는 저작물로 볼 수 있다”면서 “복제해 되팔거나 여러 사람이 나눠 보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면 당연히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면서도 “일일이 다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현실상 무리”라고 지적했다.
처벌은 쉽지 않다. 노량진의 한 학원 관계자는 “자료공유는 현장을 잡아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학원 관계자도 “몇몇 친구와 나눠 보는 정도야 알아도 넘어간다”면서 “가끔 대량으로 학원 자료를 판매하는 사람만 블랙리스트에 올려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수사하거나 계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