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 논의 전세계 확산 바람

입력 2011-08-29 18:43

지구촌에 ‘부자 증세’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과도한 국가채무와 낮은 경제성장률로 정부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집권 연립정부의 소수파인 자유민주당은 최근 발간한 ‘지방정부 재정정책’이란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발표해 부유한 지역의 주민들이 지방세를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시스템은 자원 분배를 공평하게 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면서 “가난한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지방세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상대적으로 부유한 68개 지방자치단체를 묶어 술집에서 판매하는 주류에 추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미국에서 주창한 ‘부자 증세론’이 다른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프랑스와 벨기에의 ‘슈퍼리치’들도 세금을 더 내겠다며 부자 증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화장품회사 로레알 그룹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등 슈퍼부자 16명은 지난 23일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특별기부세를 신설해 달라”는 기고문을 보냈다. 이들의 지원에 힘입어 프랑스 정부는 증세와 감세혜택 중단으로 올해 30억∼40억 유로(약 4조6821억∼6조2428억원)의 추가 세입을 마련할 계획이다.

벨기에 브뤼셀항공의 공동창업주인 에티엔느 다비뇽도 지난 28일 일간지 스탄다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예산 절감만으로는 2015년까지 재정균형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며 “‘슈퍼리치’들에게 한시적으로 위기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도 부자 증세에 대한 지지가 뜨겁다. 호주노동자총연맹(ACTU)은 29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소득 20만 달러(2억149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는 증세, 3만6000∼7만9000달러의 중산층에게는 감세하는 방안에 응답자의 60%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ACTU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조세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