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100m 15초에 뛰었어도… ‘당당한 꼴찌들’에 박수를
입력 2011-08-29 18:30
승부를 겨루는 대회에서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는 법이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기량이 뛰어난 스타 선수들의 뒤에는 일반인보다 전혀 나을게 없는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있다. 이들은 비록 꼴찌에 머물렀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대회 첫날인 27일 여자 100m 자격 예선에서는 미크로네시아의 미터 웬돌린(24)이 14초69라는 평범한 기록으로 전체 35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자격 예선은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기록을 통과하지 못한 각국 대표 선수끼리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레이스다.
남자 100m 자격 예선에 나선 미국령 사모아의 소게라우 투발루(17)는 웬돌린보다도 느린 15초66 에 머물렀다. 원래 투포환 선수였던 그는 이번 대회 투포환 던지기 출전자격을 획득하지 못하자 100m로 전향해 대구에서 자격 예선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그의 성적은 자격 예선을 치은 31명 가운데서도 최하위로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작성된 기록 중 두 번째로 느리다. 하지만 투발루의 경기 장면은 전 세계에 방영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영국의 더 선 등 해외 언론이 속속 그의 인터뷰를 내보냈고, 네티즌들은 그의 기록보다도 포기하지 않고 100m를 완주한 ‘아름다운 도전’을 칭찬했다. 그는 100m 예선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스파이크를 신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또 아루바의 여자 마라토너 샤리스카 윈테르달(34)은 27일 결승에서 3시간49분48초로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당당히 완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환호를 받았다. 우승한 케냐의 에드나 키플라갓과는 1시간20분 이상 차이가 났지만 중도 기권한 7명과 달리 고통을 참아내며 끝까지 역주한 윈테르달에게 갈채가 쏟아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