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때늦은 무더위에 ‘신기록 가뭄’

입력 2011-08-29 18:23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단 1개의 세계신기록도 내지 못하는 ‘기록 흉작 대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대회 개막 이틀째인 28일까지 여자 마라톤과 남자 경보 20㎞, 남자 100m 등 8개 종목이 끝난 상황에서 세계신기록은 물론 대회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대구 대회는 현재까지 기록 경쟁보다 순위 경쟁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록이 저조한 이유는 우선 날씨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개막을 앞두고 열흘 동안은 계속 비가 내려 선선한 초가을 날씨를 보였지만 정작 대회 개막부터는 덥고 습도가 높은 대구 특유의 날씨가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대회 사흘째를 맞은 29일 대구 기온은 섭씨 31도까지 치솟았다.

평균 20도 후반의 화창한 날씨를 보인 2009 베를린 세계대회 때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남자 100m와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어느 대회보다 풍성한 성적을 낸 바 있다.

거물급 스타들이 부상과 다른 대회 준비 등으로 대회에 불참한 것도 기록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남자 100m에서 올해 최고 기록을 가진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과 베를린 대회 2위인 타이슨 게이(29·미국)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남자 마라톤의 세계 기록보유자 하일레 게브라셀라시에(38·에티오피아)는 다음 달 열리는 베를린 마라톤대회 출전을 이유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여자 마라톤에서도 시즌 최고 기록을 자랑하는 마리 제프코스케이 케이타니(29·케냐)가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또 대회에 출전한 최정상급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세계기록 수립에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해 아킬레스건과 허리 부상으로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볼트는 초조함에 부정 출발로 실격됐고, 세계 대회 여자 높이뛰기 3연패를 노리는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도 부상으로 신음 중이다. 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는 부상에 따른 1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기도중 기권, 사상 첫 세계 대회 5연패가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종목별 ‘절대 강자’가 사라져 기록 수립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남자 100m와 400m 계주, 멀리뛰기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칼 루이스(50·미국)와 남자 400m에서 한 획을 그은 마이클 존슨(44·미국), 남자 원반던지기의 라르스 리델(44·독일),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세르게이 부브카(48·우크라이나)처럼 한 종목을 10년 이상 지배했던 슈퍼스타들이 있었다.

대구=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