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볼트 “지난 일 미련없다”… 200m·400m계주 최선 다짐
입력 2011-08-29 18:16
“내가 가진 챔피언 타이틀 모두 지킬 것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3관왕(100m, 200m, 400m 계주)에 올랐던 우사인 볼트가 대구 대회에서 밝힌 포부다. 하지만 28일 남자 100m 결승전에서 출발 신호보다 0.104초 빨리 반응하는 바람에 첫 단추 꿰기에 실패해 이 같은 꿈은 이미 멀어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는 200m 예선과 같은 달 4일 마지막 경기로 치러질 400m 계주에서 나머지 두 개 타이틀 방어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트가 100m에서의 충격을 딛고 남은 타이틀을 지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결국 자신을 얼마나 추스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0m와 달리 200m, 400m 계주에서는 볼트와 자메이카 팀의 적수가 거의 없어 볼트에게 유리하다. 볼트는 베를린 대회에서 19초19로 세계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후 올 시즌 기록에서도 19초86으로 시즌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팀 동료인 니켈 애쉬미드(19초95), 이번 대회 100m 은메달리스트 월터 딕스(미국·20초02)가 뒤를 잇고 있지만 볼트의 기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400m 계주에서도 타이슨 게이, 마이크 로저스가 뛰지 못하는 미국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메이카는 스티브 멀링스, 아사파 파월이 나서지 못하지만 볼트를 비롯해 100m 금메달리스트 요한 블레이크, 마이클 프레이터, 네스타 카터 등 단거리 자원이 풍부하다. 다만 바통터치 등의 변수가 다른 단거리 종목보다 큰 점은 자메이카에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평소 대범하다고 알려진 볼트가 100m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볼트는 28일 100m 실격 후 대구 스타디움 옆 보조트랙에서 자신을 책망하듯 ‘분노의 질주’를 펼치며 충격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는 200m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외신의 질문에 “금요일(9월 2일)에 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볼트는 29일 오전 내내 선수촌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았지만 오후부터는 선수촌 야외 연습장에서 훈련을 재개해 200m와 400m 계주 2연패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볼트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볼트는 “지난 일에 미련을 둘 수 없고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남은 며칠 집중해서 남자 200m 예선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시 다졌다. 이어 “200m 결승이 끝난 후에는 400m 계주도 뛰어야 하고 올해까지 몇 개의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200m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