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부정출발 단번실격 너무 가혹… 요건 완화하자”

입력 2011-08-29 18:16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최고 스타’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8일 부정 출발로 실격되는 최대 이변이 연출되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부정 출발 단번 실격(원 스트라이크 아웃)’ 규정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영국 BBC 방송과 AP통신 등 해외 유력 언론매체들은 볼트의 실격을 ‘재앙’ 또는 ‘쇼크’라고 표현하며, IAAF가 부정 출발에 대한 실격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IAAF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각종 대회에서 단 한 번만 선수가 부정 출발을 하더라도 곧바로 실격 처리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 규정이 도입된 대구 세계대회에서 부정 출발 규정에 희생된 선수만 28일 현재 볼트를 포함해 8명이나 된다.

‘부정 출발 단번 실격’ 규정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한 번의 실수로 기회를 뺏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볼트의 충격적인 실격을 목격한 일부 육상인들과 언론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 방식의 현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 남자 100m 은메달리스트인 월터 딕스(25·미국)는 “부정 출발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규정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딕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한 킴 콜린스(35·세인트키츠네비스)도 “한 번은 봐주는 예전 규정이 좋다”고 현 규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볼트의 실격을 대구 스타디움에서 지켜본 볼트의 아버지 웰즐리 볼트 역시 29일 취재진들에게 “부정 출발 규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고, 올리비아 그랜지 자메이카 문화체육부 장관은 “미친 규정이다. 볼트의 실격은 규정을 재논의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면 선수들이 경쟁자의 페이스를 흔들기 위해 부정 출발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정 출발로 인한 억울한 징계를 피하려면 출발선에 선 선수 자신이 한층 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4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대런 캠벨(37·영국)은 “볼트의 실격은 충격 그 자체다. 그러나 세계 최고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법이고, 규칙은 규칙”이라며 ‘있을 수 있는 일’로 평가했다. 새 챔피언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 역시 현재 규정에 찬성했다. 대부분의 육상 전문가들도 “부정 출발 요건을 예전처럼 완화하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신기록 수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IAAF가 직접 나섰다. 닉 데이비스 IAAF 대변인은 29일 “부정 출발과 관련된 새 규정을 다음 주 일요일 IAAF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스포츠의 신뢰는 룰에 달려 있으므로, 룰은 모든 선수에게 동등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