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주류 vs 비주류’ 서울시장 보선 갈등 심상찮다
입력 2011-08-29 21:47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불거진 민주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겉으로는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의 의원직 및 당직 사퇴에 대한 견해차지만, 실상은 후보 선출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손학규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의 자세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겸손”이라며 “천 최고위원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인 것을 잘 알지만 당의 지도부로서 (사퇴를) 다시 생각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전날 밤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경선 조기과열 등을 이유로 천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모욕감을 참을 수 없다. 이번 선거를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고 우물쭈물 가려고 했는데 제가 걸림돌이 됐느냐”며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즉각 반발했다. 천 최고위원과 가까운 정동영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6·2지방선거는 경선실패가 시장 낙선으로 이어졌고, 2006년 당시 강금실 후보의 경선답지 않은 경선이 낙선에 일조했다”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경선에 참여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확실하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칼싸움이라면 유혈이 낭자했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는 “한명숙 추대론을 막으려는 비주류의 쐐기 박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야권 후보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추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천 최고위원이 속한 비주류 입장에서는 한명숙 추대론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손 대표 측은 당내 경선이 치러질 경우 정 최고위원의 조직 등에 의해 경선 판세가 좌우되는 점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주류가 당을 시끄럽게 만들어 한 전 총리의 경선 참여나 추대론을 막고, 다른 시민사회단체 후보들의 움직임도 미리 차단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기싸움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