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을 떠나 보내지 않았습니다”… 별세 한달 여전히 세계 기독인 가슴 적시는 존 스토트 목사

입력 2011-08-29 21:18


고인(故人)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시간은 차츰 사람들의 기억에서 고인의 흔적을 깎아내고, 마침내 고인의 이름 석자, 그가 남긴 업적마저 지워버린다.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의 법칙인 것이다.

지난달 27일 별세한 존 스토트 목사의 추모 홈페이지(johnstottmemorial.org)에서 1000명이 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일 별세한 사랑의교회 홈페이지의 옥 목사 추모게시판에는 지금도 고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감사의 고백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존 스토트·옥한흠 목사, 이들은 과연 잊혀지고 있는 것일까.

“신앙이 어렸던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스토트 목사님의 ‘식단’이 저를 자라게 했습니다. 그분의 가르침과 설교, 책은 저의 신학과 목회사역의 기초를 형성했습니다. 존 스토트는 하나님이 이 시대에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싱가포르의 ‘순수기’씨가 스토트 목사의 추모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순수기씨는 스토트의 책과 설교 테이프를 ‘식단(diet)’이라고 표현했다. 스토트의 말과 글이 자신의 신앙을 먹이고 길렀다는 의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나 트란씨는 “스토트는 내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도전했다”며 “그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도전을 주도록 나를 변화시켰다”고 추모게시판에 밝혔다. 트란씨는 제3세계를 돕는 ‘존 스토트 미니스티리즈’의 장학금을 받은 첫 베트남 출신으로, 풀러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소개했다.

스토트의 추모게시판은 이처럼 전 세계에서 추모와 감사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게 특징이다. 중국,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선교 오지에서 올린 글들도 자주 눈에 띈다. 네팔의 랄가드 한센병원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그래미 클럭스톤은 “1974년 올소울즈교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스토트는 네팔에서 온 유학생들을 환대해 줬다”며 “그는 성경공부를 통해 늘 우리의 초점을 예수와 그분의 십자가에 맞추게 했다”고 했다. 그는 “스토트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네팔 병원 선교사역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사님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길을 가다 노송을 봐도 목사님 생각이 나요. 목사님은 영원히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는 늘 푸른 나무십니다.” 최명숙씨가 옥 목사 추모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특히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 같은 기념일에 올라온 글은 애틋함이 더했다. 어버이날 다음날 올린 글에서 강윤정씨는 “어버이날을 지나고 글을 남기게 되어 죄송하다”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지한 저희를 깨워주시던 설교가 무척이나 그립다”고 고백했다. 김경희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목사님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며 “예수님 닮은 제자를 길러내시기 위해 진액을 다 쏟고 가신 목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썼다.

비록 스승은 갔지만 제자들은 스승이 말하고, 행동하던 것을 본받으려 애쓰고 있었다. 고인이 남긴 책을 통해서다. 부룬디의 엠마누엘 은디쿠마나씨는 진로 문제로 깊이 고민하고 있던 1992년, 스토트의 책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읽고 복음주의 학생사역에 뛰어들었다. 그는 “스토트는 복음주의가 존재감마저 희미하던 때 복음주의 운동을 주창했고 이끌었다”며 “그의 삶과 가르침을 따라 부룬디 등 아프리카에서도 복음주의 학생운동을 일으키는 데 헌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심지용씨는 “옥 목사님의 저서를 보며 항상 자신을 흠 많은 사람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며 “옥 목사님은 병든 본인의 건강보다는 영적으로 병들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더 생각하셨다”고 썼다.

두 고인에 대한 끊일 줄 모르는 추모현상에 대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는 “말뿐만이 아닌 삶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준 진정한 사표(師表)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 인도 트리슐 지역을 시작으로 캐나다, 미국, 호주, 홍콩, 우간다, 케냐 등 전 세계에서 스토트 목사 추모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옥 목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제자훈련 평신도 지도자 컨벤션을 다음 달 1∼2일에 걸쳐 진행한다. 2일 오후엔 옥 목사 1주기 추모예배도 드린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