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약국

입력 2011-08-29 09:46

[미션라이프]

똥 타령



나는 시골 화장실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집이라고는 우리 집 한 채밖에 없는 외딴 시골. 집에서 멀리 떨어진 뒷간은 문이 필요 없었다. 훤하게 보이는 앞산이 문이라면 문일까. 그래서 ‘뒷간’이기보다는 ‘앞간’ 같았던 그곳에 성경이 한 권 있었는데, 가운데가 쑥 잘려 나가고 두꺼운 겉장만 붙어 있었다. 30여리나 떨어진 시골 장터에서 전도부인에게 받은 성경책을 아버지는 봉초 담배를 말아 피우는데 그 말랑말랑한, 신문지보다 한껏 담배 맛이 오르는 그 살결 좋은 종이를 찢어 쓰셨던 것이다. 어린 나는 풍광 좋은 뒷간의 소소함을 즐기다가 심심하기 그지없어서 책을 들면 덜렁 겉장이 저절로 열리곤 했었다. 그러면 거기 ‘사도신경’이며 ‘주기도문’이 보였는데 어찌나 문장이 멋지던지 ‘나도 이런 기도 한 번 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바랐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나는 어른이 되어서는 ‘요강 수집가’가 되었고, 예용해 선생의 똥 타령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가 목사가 되었다. 그 때 그 바람 때문인지 이제는 하루에도 서너 차례 ‘사도신경’이거나 ‘주기도문’을 외워야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엊그제 어떤 교우가 마르텡 모네스티의 ‘똥오줌의 역사’라는 책을 사다 줘서 모처럼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동안 잊고 지낸 나만의 취미를 다시 찾은 듯하다. ‘김호순’이란 한의사 선생님은 ‘대소변에 관심을 갖자’고 한다. 자신의 똥오줌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여러 항목에 대해 헤쳐보고 찔러보고 냄새 맡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색, 형태, 양, 횟수, 냄새, 혈액 유무, 가스나 지방의 함유 정도, 잔변감 등을 매일 체크하라고 한다.

이 멋진 가을 날 웬 똥 타령인가 하시겠지만, 지난 주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똥만 싸대던 우리 집 개를 보고 느낀 것이다. 잘 먹고 잘 배설하는 일이 얼마나 복된가 말이다. 그러니 근엄함을 잠시 내려놓으시고 생각해 보시라!

화분갈이를 하듯이 퇴락한 의식을 바꾸지도 못하고, 묵은 달력을 찢듯 온갖 한숨을 찢어 버리지도 못하면서 우리 몸은 이미 상품화되어 있지 않은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몸, 거룩한 영혼을 담은 몸이 아니 되었으니, 하나님이 깃들일 그 몸으로 되돌아 가야 하리라. 그래야 이 땅에 몸을 입고 오신(눅 2:1~7) 그리스도를 오붓하게 모실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