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우사인 볼트 실격…‘스타트 약점’ 부담컸나

입력 2011-08-29 00:31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이 열린 28일 오후 8시45분 대구 스타디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실격 판정 후 한동안 자신의 행동이 믿기지 않는 듯 경기장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육안으로 살펴봐도 총성 전에 출발을 시도한 것이 명백했을 정도로 볼트의 움직임은 컸다. 볼트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굳게 입을 다문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간 뒤 대구 스타디움 옆 보조 훈련장으로 이동, 아무도 없는 트랙을 질주하며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삭였다. 타이슨 게이(29·미국)도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도 없는 대구에서 볼트는 결국 다른 선수가 아닌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대회 100m 2연패에 실패했다.

볼트가 이날 출발 총성 전에 스타트 블록을 벗어난 것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던 스타트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볼트는 단거리 선수치고는 큰 키(1m93)로 인해 항상 스타트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세계 신기록(9초58)을 수립한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 결승에서도 볼트는 0.146초의 반응 속도를 나타내 8명의 결승 출전선수 중 6번째의 반응 속도를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타이슨 게이(0.144초)는 물론이고 3위에 오른 아사파 파월(0.134초)에도 뒤졌지만 60m 구간 이후 게이와 파월과의 격차를 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러한 약점으로 인해 곧잘 부정 출발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베를린 대회 당시 준결승 첫 번째 조에서 볼트는 첫 번째 부정 출발을 저질러 경고를 받았다. 당시 국제육상연맹 규정은 두 번째 부정 출발자를 실격처리하게 돼 있어 다행히 실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스타트에 대한 압박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스타트에서 뒤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볼트는 27일 1라운드에서 10초10으로 준결승에 진출할 당시 0.153의 반응 속도를 나타냈다. 준결승에 진출한 24명 중 반응 속도가 좋은 편이었다. 준결승전 반응속도도 0.164로 조 2위인 크리스토프 르메트르(0.140)에는 뒤졌지만 1위로 결승에 오른 요한 블레이크(0.181초)보다 좋았다. 결국 결승에 대한 부담감이 부정출발을 저지르는 실수를 저지르는 압박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구=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