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망명” “알제리 이동”…꼬리무는 카다피 해외도피설
입력 2011-08-29 00:44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인근 국가로 도피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트리폴리에서는 카다피가 저지른 학살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트리폴리 시민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물, 전기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릐카다피 짐바브웨에?=카다피가 짐바브웨로 망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짐바브웨 야당 인사들은 심어둔 스파이를 통해 카다피가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제공한 공군 비행기를 타고 고향 시르테를 출발해 지난 24일 짐바브웨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수도 하라레 외곽의 저택에 머물고 있으며 여성 경호원들이 건물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 국영통신 메나는 알제리 국경 인근 이리바 반군 소식통을 인용해 메르세데스 방탄 차량 6대가 카다피를 지지하는 유목민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26일 오전 알제리 가다메스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알제리 당국은 “근거 없는 정보이며 인정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32여단 부근 창고에서 불에 탄 시신 50여구가 발견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지난 23~24일 살해된 것으로 보이며 시신 두 구는 손이 뒤로 묶인 채로 발견됐다. 앞서 26일에는 카다피 정부군이 트리폴리 함락 직전 150여명을 처형했다고 반군 측이 주장하는 등 카다피 측의 학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한편 반군은 이날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서쪽으로 30㎞까지 진격하며 카다피를 압박했다.
릐힘겨운 정상화=트리폴리는 아직도 밤낮으로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빗자루와 삽을 들고 나온 시민들에 의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28일 오후 4시(현지시간) 리비아 시민혁명의 상징인 ‘순교자의 광장’ 주변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쓰레기를 치우고 물을 뿌려 바닥에 얼룩진 핏자국을 닦아 내고 있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순교자의 광장’ 바닥에 얼룩진 핏자국 위에 어른 몸통 크기의 카다피 사진을 올려놓고 발로 밟으며 “꺼져라! 꺼져라! 더러운 벌레 같은 카다피야!”라고 외쳤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트리폴리는 복구되고 있지만 상수도는 폐쇄되고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양손에 물통을 들고 있던 40대 중반의 하니 알 하산씨는 “카다피가 수돗물에 독극물을 뿌렸다는 소문이 있어 상수도를 일절 못 쓰고 있다. 근처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몸을 씻었다”며 “식수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대사관이 모여 있어 상대적으로 시설 기반이 안정적인 가르가르에쉬 거리조차 낮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밤 9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만 전기가 들어왔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외과 수술팀을 파견했고, 영국이 의료,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구호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트리폴리=노석조 기자,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