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재선 목사·최순애 사모의 응원 “네 이름 ‘여호수아’처럼 담대하게 뛰거라”
입력 2011-08-28 19:41
27일 개막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212개국 6000여명의 선수 가운데 기독교인에게 매우 낯익은 이름이 있다.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의 1번 주자 여호수아(24·인천시청) 선수.
그의 이름은 아버지 여재선(53·인천 청목장로교회) 목사가 지었다. “아들이 여호수아 장군처럼 강하고 담대하길 바라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이를 전적으로 책임져 달라는 마음도 담겨 있죠.”
아버지가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건 초등학교 2학년 학교운동회서다. “계주 선수로 나선 호수아가 반 바퀴 이상 앞서가는 상대 주자를 따라잡더라고요.” 여 목사는 이듬해 아들을 용현남초등학교에서 육상부가 있는 주안남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저와 아내는 하나님께서 아들에게 주신 재능에 감사드리고, 이를 더욱 잘 계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죠.”
어머니 최순애(52) 사모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아들을 제대로 뒷바라지 못한 게 지금도 맘에 걸린다고 했다. “대부분 개척교회가 그렇듯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아이에게 영양제는 물론 그 흔한 육상스파이크 하나 제대로 사주지 못했으니까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 선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인천체고) 때 하도 연습을 많이 하니까 코치가 그만하라고 나무라더래요.” 여 목사는 아들이 이토록 연습에 힘쓴 것은 사명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일 연습에 나가기 전 아들은 무릎 꿇고 기도해요. 재능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저는 아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같이 기도했습니다.”
여 선수는 지난해 10월 경남 일원에서 열린 제91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100m 대회에서 1위(10초33)를 기록하며 국내 간판 단거리 선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곧이어 시련에 직면해야 했다.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400m 계주에서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성적이 부진했고 여론의 거센 비난에도 시달려야 했다. 그때 기도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었다.
매일 기도와 연습으로 보낸 여 선수는 재활에 성공하고, 지난 5월 대표팀에 다시 합류했다. 그리고 같은 달 남자 400m 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린 2011아시아그랑프리육상대회에서 39초04를 기록하며 23년간 묵었던 한국기록(39초43·1988년)을 갈아치웠다. 또 자력으로 이번 대구세계육상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 기준기록(39초20)을 동시에 통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 목사와 최 사모는 다음 달 4일 열리는 400m 계주를 앞둔 아들에게 “성경에서 여호수아가 10명의 정탐꾼과 달리 가나안 사람을 겁내지 않았던 것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히 경기에 임하라”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이어 “경기 결과는 하나님께 달렸으니 최선만 다하라”고 전했다.
인천=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