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케냐, 첫날 메달 싹쓸이… 장거리 ‘최강 유전자’ 입증

입력 2011-08-28 19:19


역시 육상 장거리 최강국은 아프리카의 케냐였다.

케냐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날인 27일 여자 마라톤과 여자 1만m에서 금·은·동메달 6개를 모두 가져갔다. 이날 열린 경기가 두 종목에 불과해 27일 시상식에서는 오직 케냐 깃발만이 대구 스타다움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오전 9시 대회 첫 경기인 여자 마라톤에서는 케냐의 철각 에드나 키플라갓(32)이 42.195㎞를 2시간28분43초 만에 돌아 생애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키플라갓의 팀 동료인 프리스카 제프투(27)와 샤론 체로프(28)도 각각 2시간29분00초와 2시간29분14초의 기록으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후 9시 대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여자 1만m도 케냐의 독무대였다. 케냐의 비비안 체루이요트(28)가 30분48초98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와 3위, 4위도 각각 케냐의 샐리 킵예고(26·30분50초04)와 리넷 마사이(22·30분53초59), 프리스카 체로노(31·30분56초43)가 차지했다. 세계 대회에서 여자 1만m를 한 나라가 석권한 것은 에티오피아(2001년·2005년)에 이어 케냐가 두 번째다.

이처럼 케냐가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먼저 아프리카인의 유전적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근육은 근피로도가 덜 쌓이는 독특한 근섬유가 발달해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돼 있다. 또 열악한 환경 탓에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먼 거리를 뛰어다니는 것이 기초를 다지는 기회가 됐다.

케냐만의 특수한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케냐는 북서부 지역에 해발 1800m 이상의 고지대가 자리 잡고 있고 여름 기온이 25도를 넘지 않기 때문에 강한 심장을 단련할 수 있다.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는 영어소통이 가능해 육상 선진국인 유럽 출신 지도자들의 교육을 쉽게 받아들였다. 특히 육상 선수들이 국가적인 스타 대접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지는 것도 케냐가 육상에 강한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의 동료애 또한 최고다. 대회 첫날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키플라갓이 동료인 체로프의 정강이에 걸려 넘어졌다. 체로프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 달리던 것을 멈춘 뒤 키플라갓을 살폈다. 마라토너가 리듬이 깨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일부러 멈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체로프는 “친구이자 동료인 키플라갓이 넘어진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며 진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