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타-남자 경보 2연패 달성한 보르친] 역도선수 출신으로 약물 복용 시련·부상 딛고 재기

입력 2011-08-28 19:09


러시아의 ‘경보황제’ 발레리 보르친(25)이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보르친은 28일 대구 시내에서 열린 남자 경보 20㎞에서 1시간19분56초를 기록하며 팀 동료 블라디미르 카나야킨(1시간20분27초)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3년 17세 늦깎이로 경보 선수 생활을 시작한 보르친은 3년 만인 200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연달아 제패하면서 세계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키 1m78에 몸무게 63㎏의 균형 잡힌 몸매를 갖춘 보르친은 기초 종목 육상을 시작해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대다수 선수와 달리 역도를 하다가 육상으로 전환했다.

지구력과 인내력이 뛰어나 3000m와 5000m에 집중했던 보르친은 2002년 뜻밖의 무릎 부상을 겪으면서 달리기에서 통증이 덜한 걷기로 다시 방향을 튼 뒤, 2004년 말 러시아 주니어 선수권대회 10㎞에서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금지약물인 에페드린을 복용한 게 드러나 2005년 6월 1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 사이 20㎞로 거리를 늘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보르친은 2006년 정지가 풀리고 나서 출전한 러시아선수권대회 20㎞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마침 5∼6년간 20㎞ 경보의 챔피언을 양분해오던 제퍼슨 페레스(에콰도르)와 프란시스코 페르난데스(스페인)가 각각 은퇴와 50㎞ 전향을 선언하면서 보르친의 질주는 더욱 빨라졌다.

2008년 5월 이후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연승 행진을 달리던 보르친은 지난해 잔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려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채 재활에 집중하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대회로 2연패에 성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보르친은 “이번 대회가 부상을 딛고 출전한 공식 복귀전이라는 부담감과 높은 습도 때문에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며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샴페인을 들이켤 수 없다’는 러시아 속담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