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희망버스 이틀간 집회… 3년만에 물대포 警, 시위대응 바뀌나

입력 2011-08-28 19:00


경찰이 28일 서울 남영동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대에 물대포를 사용했다.

경찰이 서울시내에서 물대포를 사용한 것은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이후 3년 만이다. 경찰의 강경 대응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과잉진압이라고 강력히 반발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제4차 ‘희망버스’ 행사가 27∼28일 서울 종로, 을지로, 명동, 서대문 일대 등 도심에서 열렸다. 행사 이틀째인 28일 낮 12시 거리행진을 마친 희망버스 시위대 800여명(경찰 추산)은 서울 남영동삼거리에서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방향 편도 4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몇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오후 12시35분쯤 물대포를 쐈다. 2대의 살수차가 4차례 물을 뿜었다. 시위대는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김진숙 위원장의 안전 귀환을 보장하라”는 결의문을 끝까지 낭독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에 연행된 시위대도 없었다. 경찰은 “최루액을 넣어 살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최루액은 발사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낭독이 끝난 오후 1시쯤 자진 해산했다.

희망버스 측은 “합법적으로 신고를 마쳤음에도 과잉 진압했다”며 “경찰은 희망버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도로점거는 집회 신고 내용에 없어 명백한 불법 집회”라며 “앞으로도 불법 집회는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해 서귀포서장을 전격 경질한 데 이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시위에 물대포를 사용함에 따라 경찰의 대응이 강경 기조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신원이 확인된 주최자 11명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를 폭행한 시위대 김모씨 등 4명을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인왕산에 올라 정부에 정리해고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아침 산행’을 시도했으나 경찰 통제로 불발됐다. 하지만 검문을 통과한 참가자 4명이 정상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라고 쓰인 현수막을 정상에 달았다.

27일에는 시위대 2500여명이 도로를 점거해 서울시내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경찰은 행사 이틀간 채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불법·폭력시위 참가자들을 엄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